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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 칼럼> 집값 양극화 키운 ‘핀셋 부동산정책’
  • 정순우 매일경제신문 기자
  • 승인 2018.04.09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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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독자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대구에 살고 있다는 그는 서울에 한 채, 지방에 한 채씩 총 두 채의 집을 보유한 다주택자였다.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며 모은 돈으로 한 채를 장만했고 은퇴 후 고향으로 내려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집에서 살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서울 집은 전세로 돌렸다. 그러던 중 아들 내외가 아기를 놓자 손주도 돌볼 겸 합가할 요량으로 가진 집을 모두 처분하고 서울의 중대형 아파트나 단독주택으로 갈아탈 생각이었다. 세금을 아끼려면 양도차익이 적은 지방 집부터 처분하고 1주택자가 된 후 서울 집을 처분해 양도세를 면제받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래서 살고 있는 집부터 매물로 내놨다. 작년 7월의 일이다.

하지만 정부의 8·2 부동산대책이 나오면서 그의 계획은 어그러졌다. 올해 4월부터 다주택자가 서울에 보유한 집을 팔면 양도소득세를 최대 20%포인트 중과세한다는 정부 엄포에 발빠른 다주택자들은 서둘러 지방 집부터 팔아치우고 서울 요지의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탔다. 이 같은 흐름을 예상하지 못한 그는 집이 안 팔린다는 한탄만 하며 시간을 보냈고 4월이 임박해서야 난처한 상황을 인지했다. 지방 집을 처분하지 못한 상태로 서울 집을 처분한다고 가정할 때 내야 하는 세금이 작년 대비 1억원 이상 늘어났다. 지방 집은 팔릴 기미가 안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각은 확연하게 갈린다. 비난하는 사람만큼이나 응원하는 사람도 많다. 전자는 주로 유주택자, 후자는 무주택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이해관계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이들의 엇갈리는 이해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정책 당국자의 역할이다.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보고 규제하겠다는 현 정부의 접근법을 두고 옳고그름을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가 투기세력의 진원지로 서울, 특히 강남을 지목한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강남 청약시장이 과열되면서 주변 아파트 시세까지 끌어올리고 그 영향이 서울 전체 및 수도권 일부 신도시로까지 퍼지고 있다”는 논리로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은 과열지역을 정해 청약시장 진입장벽을 높이고 분양권 전매를 막는 것이었다. 대책이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자 추가대책을 통해 규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결과는 어떨까. 서울 집값은 지난달부터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특히 재건축이 많은 강남3구와 목동이 많이 꺾였다. 하지만 8·2 대책이 나온 이후 부글부글 끓다가 겨우 정상 수준의 상승폭으로 돌아선 수준이다. 청약규제가 강화됐음에도 새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기본 10대 1은 넘어간다.

반면 지방 아파트값의 주간 상승률은 8·2 대책 이후 한 번도 플러스(+)를 기록하지 못했다. 청약신청이 제로(0)인 아파트, 할인분양에 나선 아파트도 생겨났다. 한때 과열의 대명사로 꼽히던 부산마저 ‘곡소리’가 나고 있다. 지방에서 세종시를 제외하고는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 부동산 정책은 아직까지 과열지역의 집값을 잡는데에 치우쳐 있다. 

특정 현상을 막고자 내놓은 대책이 오히려 그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까지 유발한다면 그 대책은 수정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평가하자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아직까진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에서 ‘업자’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은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강남 집값과의 전쟁’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유지하려는 고도의 전략이라고도 평가한다. 우스갯소리일 것이라 믿는다.

정순우 매일경제신문 기자  sunuju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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