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의 불량 레미콘 일제점검 결과를 언급하기에 앞서, 당초 점검을 실시하게 된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발단은 지난해 남해EEZ(베타적경제수역)발 바닷모래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다. 부족한 물량에 비해 건설현장은 상대적으로 별 탈 없이 돌아가고 있어 시장에 불량모래가 돌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실제로 불량 골재를 유통·사용한 업자들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국토부가 내놓은 카드가 바로 레미콘 공장 일제점검이다. 질 나쁜 공장을 색출해 낸다기보다, 불량 레미콘 생산 ‘방지’를 목적으로 한 사실상 경고 차원의 품질점검이었다. 친절하게 점검기간까지 명시해줘 점검 대상 공장은 길게는 한 달 이상의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결국 ‘보여주기식 행정’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검 대상 744개 공장 중 522개 공장에서 1138개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그러자 국토부는 점검을 마치고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자료 공개를 요구해도 곤란하다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담당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쩔쩔매는 국토부와 상반되게 산하기관은 당당했다. 현장에서 불량 레미콘이 쓰였을 가능성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측에 묻자, 관계자는 반기별 1회 공장을 점검하고 있으며 현장에서도 슬럼프·공기량·염화물·인장강도 등 별도의 품질점검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답했다. 여기에는 한국철도시설공단 등 여타 산하기관도 뜻을 같이했다.

LH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6개월이 채 되지 않아 나온 지적사항이 1138건이다. 그중엔 건축물에 심각한 하자를 초래할 수 있는 자재가 발견되기도 했다.

공장에서 생산된 불량 레미콘이 공사현장으로 가는 길에 정상화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눈 뜬 장님은 누구일까. 생산공장 점검반? 현장 감리? 아니면 모든 하자를 시공사의 책임으로 떠미는 법원일 수도.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