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의 깊은 우려 제기에도 불구하고 적정임금제 시범사업이 6월부터 시행된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건설산업일자리 개선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적정임금제는 ‘건설근로자의 임금을 발주자가 정한 금액 이상으로 반드시 지급토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국토부는 적정임금제가 정착되면 원-하도급자 간의 불공정 거래와 입찰 과정에서의 가격덤핑 등의 악습이 줄어들며,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한 공사비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토부는 올 초부터 이 제도 도입을 위한 TF팀을 운영하는 등 준비과정을 거쳐 6월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아파트사업 등 모두 10개 사업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키로 한 것이다. 총사업비는 1조2000억원이고 이 중 임금총액은 3400억원이다. 시범사업을 거쳐 2020년쯤에는 제도화한다는 게 국토부의 방침이다.

건설근로자에게 적정한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겠다는 제도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적정한 임금, 일한 만큼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은 건설근로자만이 아니라 모든 근로자에게 해당되는 복지확충의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록 시범사업일 망정 시행에 앞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어 이 제도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지적되는 것은 기술 못지않게 인력 조달과 노무비 운영 노하우도 주요 경쟁력으로 삼고 있는 전문건설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제도여서 반발이 우려되는 것이다.

둘째는, 적정임금에 대한 근로자별 기술 숙련도나 생산성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보장하는 것이 옳으냐는 문제다. 실력과 근속연한에 따라 임금이 차등 지급되는 실정에서 모든 근로자에게 일정액 이상을 임금으로 지급토록 한다면 그 격차가 줄어들어, 경험과 실력의 가치가 그만큼 대접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이 제도 시행으로 종합건설업체의 건설 생산기술이 발전할 것이라는 국토부의 기대도 충족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건설기업들의 기술이 대동소이한 실정에서 종합건설사들이 생산에 필요한 기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걸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적정임금제가 적정공사비를 바탕으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적정임금제 도입과 동시에 적정공사비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어야 하는데, 적정공사비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적정임금제부터 시행키로 한 결과, 앞으로 만만치 않은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시의 적정임금제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업체들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들은 “적정임금을 지급하기 위한 임금인상폭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며 “앞으로 근로시간까지 단축되면 도산 위기를 맞을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아우성쳤다.

적정공사비가 확보되지 않으면 적정임금제 때문에 어려움에 봉착할 업체가 한둘이 아니라는 업계의 절박한 요구에 국토부는 한시라도 일찍 적절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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