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급업체가 가장 겁내는 것이
입찰참가자격 제한과 영업정지이지만
벌점기준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적다
공정위가 불공정거래를 척결하려면
벌점부과 기준부터 개정해야 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포스코아이시티 및 강림인슈㈜에 대해 조달청, 국방부 등 43개 중앙행정기관 및 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 등 15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을 요청할 것을 결정했다. 이는 하도급법 제26조(관계 행정기관의 장의 협조), 동법 시행령 제17조(벌점 부과기준 등)의 규정에 따라 행해진 것이다.

두 업체의 경우 최근 3년간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누산 점수는 각각 6.0점으로, 하도급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청 기준인 5점을 초과했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향후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한 억지효과를 제고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 규정들의 면면을 뜯어보면 과연 하도급법 위반행위의 억지효과를 제고할 수 있을런지, 나아가 공정위가 진정으로 건설현장에 만연돼 있는 불공정 하도급거래를 근절시킬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전쟁에서 적이 가장 아파하는 부분을 공격하는 것이 승리의 지름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도급법을 위반하는 원도급업체의 경우 가장 아파하는 부분이 무엇일까? 공정위의 시정조치, 과징금 또는 검찰고발 등도 어느 정도 아파할 수 있겠지만, 입찰참가자격 제한이나 영업정지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입찰참가자격 제한이나 영업정지를 당하면 해당 회사로서는 심각한 경영위기에 봉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발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제재조치로서 적절하게 활용될 여지 또한 남겨둬야 원도급업체들이 하도급법을 준수하려는 노력을 가일층 기울이게 될 것이며 고질적인 불공정 하도급거래도 많이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청 또는 영업정지 요청 규정들이   일종의 제재조치의 일환으로서 적절하게 활용될 여지를 두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좀 더 살펴보자.

입찰참가자격의 제한 요청을 하려면 벌점이 5점,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영업정지의 요청을 하려면 벌점이 10점 이상이어야 한다. 벌점의 부과기준에 따르면, 경고의 경우 0.5점, 시정명령의 경우 1점(자진시정의 경우) 또는 2점, 과징금의 경우 2.5점, 고발의 경우 3점으로 돼 있다. 공정위 의결 실태를 보면, 대부분이 시정명령이 주이고 어쩌다 과징금이 부과되기도 하나, 고발의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최근 3년 이내에 하도급법 위반행위로 공정위에 적발, 최소한 3회의 시정명령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과연 쉽게 일어날 수 있을까? 신고나 직권인지를 통한 적발 또한 3년 이내에 3회 일어난다는 것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정위 조사에서 의결까지 거의 1년, 최근에는 그 이상도 걸리는 상황에서 현실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게다가,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한 경우에는 2점,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정하고 있는 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하도급 특별교육을 3시간 이수하면 대표자의 경우 0.5점, 하도급 담당 임원의 경우 0.25점을 경감하고 있다. 벌점 경감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계약서야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면서도 실제로 하도급법을 위반할 여지는 많이 있다. 설계변경, 물량변경, 대금지급내용 및 시기 등에 있어 계약서 위반 여부를 애매하게 만들어 교묘하게 비켜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이야 가서 형식적으로 이수하면 된다.

이처럼, 입찰참가자격의 제한 요청 또는 영업정지의 요청 기준을 현실성 없이 까다롭게 높여 놓아 제재조치로서 실용성도 떨어질 뿐 만 아니라 실제로도 거의 요청이 이뤄지지도 않고 있다. 이번에 두 업체에 대해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청을 한 것이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담합의 경우는 단 1회만 시정조치를 받게 되더라도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 담합사실을 통보해 부정당업자제재가 이루어지게 하고 있음에 비춰 볼 때, 너무 균형을 잃은 처사로 보인다. 하도급거래는 미시적으로는 당사자간의 계약관계에 불과하지만, 거시적으로는 대중소기업 상생과 경제적 중간허리 역할을 하는 전문건설업체 등 중소기업의 성장기반이고 나아가 이를 통해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신경세포망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감안해 그 중요성을 말로만이 아니라 관련 규정과 제도에도 투영이 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따라서, 공정위가 진정으로 만성적이고 고질적인 건설업계의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을 근절시킬 의지가 있다면 이 벌점 부과기준부터 개정해 남발을 막으면서도 제재조치로서 적절히 활용될 길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종합법률사무소 공정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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