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급사, “현황 파악하겠다” 신용등급·재무자료 등 요구
이후 평소 눈밖에 난 협력사를 불량업체로 낙인찍어 퇴출

협력사들 “이런 현실서 갑질피해 당해도 항의할 수 있겠나”

하도급업체 정보를 갱신한다는 명목으로 종합건설업체들이 관리·운용하고 있는 ‘협력업체 갱신 시스템’이 마음에 안 드는 업체를 찍어내는 블랙리스트로 이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하도급업체들은 원도급 종합건설업체의 요청에 따라 분기 혹은 반기별로 신용등급 확인서와 자사의 현황을 입증하기 위한 건설실적, 재무자료 등을 제출하고 있다.

하지만 협력사 정보를 최신화 한다는 명목으로 추진되는 해당 작업은 최근 종합업체의 눈 밖에 난 협력사를 잘라내는 살생부로 이용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절차만 보면 협력사 현황정보를 갱신하는 정상적인 과정이지만 실제는 불량하다고 자체 선정한 업체를 정기적으로 퇴출하는 절차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 수도권 소재 토공사 A업체는 원도급사로부터 지난해 말 협력사 현황보고를 하라는 지시를 받고, 업체의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신용등급 확인서 등의 자료들을 제출했으나 몇 개월 뒤 별다른 통보도 없이 협력사 명단에서 지워졌다.

이 업체 관계자는 “제출한 자료는 이전 분기 것과 크게 다를 것 없었지만 협력사에서 퇴출됐다”며 “지난해 공사에서 구두지시가 있을 때마다 내용증명을 보낸 것 등의 행동이 이유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습식·방수 전문업체인 B사도 최근 비슷한 일을 겪었다. 공사를 타절한 것도 아니고, 공기를 못 맞추거나 원청사에 피해를 준 것이 없었으나 협력사 갱신 과정에서 협력사 목록에서 제외됐다.

B사 관계자는 “분쟁을 줄이기 위해 서면이 미교부 될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메일로 기록을 남기는 등의 행동에서 원청의 눈 밖에 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다른 전문업체 한 관계자는 “분기별로 이같은 공포의 갱신과정을 거치다 보니 공사과정에서 하도급업체들은 권리 주장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종합건설업체 관계자는 “수많은 하도급업체를 관리하기 위해서 협력사 정보를 갱신하는 작업이 필요할 뿐 블랙리스트와는 무관하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