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안 낙화놀이

이달 22일 괴항마을서 불의 축제
연못 위로 떨어지는 불꽃들 장관

어스름이 찾아든 무진정의 저녁. 길쭉한 낙화봉에서 터져 나오듯 화려한 불꽃이 쏟아진다. 낙화봉 2500개가 일제히 불꽃을 쏟아내면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진다. 쏟아진 불씨들은 꽃잎처럼 가볍게 날아오르기도, 폭포처럼 그저 흘러내리기도 한다. 현재 경남 함안군 괴항마을은 오는 5월22일 열리는 함안낙화놀이 준비에 한창이다.

괴항마을은 예로부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낙화놀이를 했다. 줄에 매달아 놓은 불꽃이 땅으로 떨어진다고 해서 낙화(落火)요, 그 모습이 꽃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낙화(落花)다. 어두운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는 낙화에는 혹독한 겨울을 무사히 지나온 감사의 마음과 풍성한 한 해를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함께 담겼다.

함안읍성 곳곳에서 펼쳐지던 낙화놀이가 지금의 무진정으로 장소를 옮긴 것은 1960년에 괴항마을청년회가 이곳에서 낙화놀이를 재현하면서부터다. 재정적 이유로 2~5년에 한 번씩 열리던 낙화놀이는 1985년, 함안문화원의 후원을 받으면서 조금씩 다듬어져 지금에 이른다.

괴항마을에서는 세벌 논매기가 끝나고 사월초파일이 다가오면 마을 주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낙화놀이를 준비했다. 뒷산에서 참나무를 베고, 미리 준비한 가마에서 숯을 구웠다. 세 번 네 번 정성껏 빻고 또 채로 걸러낸 숯가루는 광목 심지와 함께 한지로 말아 타래를 만든다. 그렇게 만든 숯가루 타래 두 개를 맞잡고 촘촘히 꼬면 마침내 꽈배기를 닮은 낙화봉이 완성된다. 유황이나 소금, 사금파리 같은 부재료를 숯과 함께 넣는 다른 지역의 낙화봉과 달리 함안낙화놀이에 사용하는 낙화봉에는 오직 숯가루만 들어간다. 함안군에서는 전통방식의 낙화봉 제작방법을 보존하기 위해 지난 2013년 특허등록을 마쳤다. 나무를 베고 숯을 구워 낙화봉을 완성하는 데에는 20일 정도가 걸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월초파일(5월22일)에 함안 낙화놀이가 무진정에서 성대하게 열린다. 식전행사인 앞놀이를 시작으로 고유제, 개막식 순으로 진행된다. 개막식에 이어 오후 7시30분부터 함안낙화놀이의 하이라이트인 점화식이 시작된다. 전통복 차림의 함안낙화놀이보존회 회원들이 뗏목을 이용해 무진정 연못에 걸린 낙화봉에 일일이 불을 놓는 모습이 장관이다. 광목 심지로 옮아붙은 불은 2시간 남짓 불꽃을 쏟아내며 화려한 낙화쇼를 연출한다. 식전행사와 함께 진행되는 낙화봉 만들기 체험도 흥미롭다.

낙화놀이를 기다리는 낮 시간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면 함안박물관과 함안 말이산 고분군을 놓치지 말자. 무진정에서 차로 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함안박물관은 아라가야의 역사를 살피고 말이산에서 출토된 토기와 말 갑옷 같은 가야시대 유물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박물관 뒤로는 가야시대 왕과 귀족의 무덤이 모여 있는 함안 말이산 고분군이 있다. 해발 68m의 나지막한 산 위에 조성된 이 고분군은 산책로가 잘 정비돼 온 가족이 산책하듯 다녀오기에 좋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