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짜리 깔끔한 한 편의 컬러 무성영화’. 지난달 27일 판문점 우리 측 구역인 평화의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 중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도보다리 회담에 대한 한국일보 논설고문의 감상평이다. ‘깔끔한’이라는 담백한 형용사 외에는 수식어가 없지만 저 간결한 문장에 남북정상회담의 감동과 여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일보 외 일부 언론사도 정상회담을 무성영화에 비유했다. 간간이 들리는 청아한 새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두 정상이 도보다리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영화적 감동을 뛰어넘을 만큼 인상적이었다는 의미여서 그런 비유를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70년 가까운 대결 구도를 종식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목표로 동행하겠다는 남북 정상의 적극적 의지가 담긴 ‘판문점 선언’, 북미 회담을 포함해 5월 중 연쇄적으로 열릴 주변국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과 남북 간 활발한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올랐다. 항구적 평화가 정착되면 한반도에서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일은 사라진다. 안보 리스크는 확연히 떨어지고 국민들은 핵무기의 위협에서 벗어난다. 경제협력이 순항하면 북한의 풍부한 저임금 인력이 한국의 자본력·기술력과 결합하면서 엔진이 식어가는 한국 경제에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다. 당장 2016년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엄청난 손실을 입고 쫓겨나다시피 했던 입주기업들은 재입주 희망을 내비치고 있다. 대한상의와 전경련 등 경제계도 남북 경협 재개에 대비해 발 빠르게 몸을 풀고 있다.

경제의 하위 범주인 부동산도 마찬가지. 정상회담 후 접경 인근 지역인 파주, 연천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는 시간당 수십 통에 이르는 전화 문의가 쇄도했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공인중개사 전언, 빗발치는 원정 투자 문의도 정상회담 여파다. 오죽했으면 쓸모 없는 땅도 팔리는 분위기라고 한다. 3.3㎡당 15만원인 파주시 문산읍 토지 가격은 호가 기준 25만~30만원으로 두 배 급등했다. 남북관계가 좋지 않을 때 주변에서 “DMZ(비무장지대) 내 땅 사 놓으면 내 때는 누리지 못해도 후대는 혜택을 누릴 것”이라는 농반진반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분위기면 접경지 부동산 매매 차익의 수혜를 ‘내 때’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회담 감동 덕에 남북이 실제 헤쳐가야 할 길의 어려움에 비해 미래가 더 희망적으로 다가온 건 사실이다. 남북 관계 회복을 통한 북미 관계 진전, 나아가 북미 수교로 체제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북한의 계산은 완전한 비핵화를 어떻게 얼마나 빨리 실현하는지에 달렸다. 비핵화는 유예-동결-불능화를 거쳐 완전한 비핵화 단계에 안착하게 된다. 핵을 내려놓고 개혁개방으로 체제 변화를 꾀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진심이 판문점 선언에서 드러났지만 비핵화 이행 과정에서 북미 간 기싸움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참관 수준 등 갈등이 언제든지 튀어나올 수 있다. 정상회담발 훈풍을 타고 접경지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건 당연지사다. 다만 분위기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한반도 운명의 명운이 달린 북한의 비핵화 이행 과정을 단계별로 꼼꼼히 챙기는 것이 현명한 투자 방식이라고 제안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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