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사이에는 평화의 훈풍이 확연히 불고 있지만 우리 경제 곳곳에는 위기의 한기(寒氣)가 역력하다. 남북경협을 향한 장밋빛 예상이 쏟아지면서, 먼저 우리 경제에 대한 고삐를 다잡아야만 ‘남북 훈풍’을 호기로 대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꼽혀온 제조업과 수출에 최근 적신호가 켜지면서 더욱 그렇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의 지난 3월 평균 가동률이 70.3%로 70% 선을 간신히 지켰다. 제조업체 생산설비 중 30%가량이 놀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우리 경제가 몸살을 앓았던 2009년 3월(69.9%) 이후 9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반면 제조업 재고율은 3월에 114.2%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9월(122.9%) 이후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재고율은 재고량을 출하량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수치가 높으면 그만큼 재고가 많다. 가동률이 낮은데도 재고가 늘었다는 것은 제품 팔 곳이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문제는 가동률이 수년째 떨어질 정도로 제조업 침체가 추세적이라는 점이다. 세계 경제가 미국 경기회복 등에 힘입어 호황국면을 이어가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우리 제조업이 활력을 되찾으려면 자발적이든 타의에 의해서든 업종별 구조조정이 전제돼야 한다. 여기에 정부는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기업의 자발적 혁신을 지원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에서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정책적 배려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수출도 18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 우려를 더 해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수출은 500억6000만 달러로 잠정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3월까지 우리 수출은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왔다.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4월 수출실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빚어진 기저효과라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하지만 미국발 통상 압력 등으로 시장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제조업과 수출이 신음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산업의 근간이다. 정부와 기업은 제조업과 수출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마침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 이후 국내외에서 남북경협 활성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물론 남북 철도, 도로망 연결이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 남북경협이 본궤도에 오르면 제조업과 수출 등 한국경제가 대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경제의 체력을 튼튼히 만들어놔야 한다. 북한의 취약한 경제구조에 우리 경제가 버팀목이 될 때 비로소 함께 치고 달려 나갈 수 있다. 양쪽 모두 경제 상황이 안 좋으면 모든 기회를 외국에 빼앗길 수 있다. 한쪽만이라도 튼튼해야 형편이 어려운 다른 쪽을 끌어안고 갈 힘이 생기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