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보증서 의무화 불구 실행은 22%뿐

타절하려 해도 이행보증 걸려 소송 골치
원청업체의 수혜에만 기대야 할 판

최근 종합건설업체 D건설사로부터 외상공사 피해를 겪은 하도급업체 A사는 한때 미지급 금액이 수십억원에 달했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방법도, 불공정 거래관계를 끊을 방법도 없었다. 원청의 ‘은혜’적 대금 지급만 기다리고 있다.

전문건설사들은 제도적으로 대금지급보증서를 통해 하도급대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건설하도급표준계약서의 계약해지 조항을 통해 거래관계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A사 관계자는 “모두 검토해 봤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며 “지금도 수억원의 미불금을 안고 공사를 계속하며 공사비 지급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우선, 하도급법은 건설공사의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는 각각 ‘하도급대금지급보증’과 ‘계약이행보증’을 주고받도록 의무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2016년 기준 민간공사에서 하도대 지급보증이 이뤄진 경우는 21.9%에 불과했고, 그 원인으로 ‘원사업자의 교부 거부’와 ‘발급은 됐지만 미교부’ 등이 꼽혔다. 실상이 이러니 보증을 통한 하도급 보호는 형식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건설산업기본법은 수급인이 보증서를 주지 않은 경우 영업정지 2개월, 과징금 4000만원을 부과토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치는 수억원의 미불액을 즉시 받을 수 있는 장치가 아니다. 하도급자가 고발이라도 할 경우엔 그나마 찔끔 들어오던 대금도 끊길 가능성이 있다.

건설하도급 표준계약서의 계약해지 규정도 도입취지만 좋을 뿐이다. 거래일방이 계약상의 중요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상대방은 1개월 이상의 기간을 정해 이행 여부를 묻고, 그래도 불이행이 이어지면 계약을 해제 해지할 수 있도록 돼있다.

하도급업체 입장에선 이 권리를 행사하려 해도 미지급 금액을 안은 채 몇 년이 걸릴지 모를 민사소송 절차를 밟아야 하는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A사처럼 공사타절을 원하더라도 계약이행보증으로 인해 전문업체가 자유롭게 계약해지가 불가능하다”며 “소송에서 표준계약서 규정이나 민법의 동시이행의 항변 등을 주장할 수 있지만 100% 승소한다는 보장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금지급이 늦어지면 지급기일을 정하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이때 ‘합의내용 불이행시 공사를 타절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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