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일용근로자의 국민연금 가입을 확대하려는 보건복지부의 방침은 선의에서 비롯된 것은 맞다. 2016년 고용노동통계에 따르면 비정규직 건설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국민연금 16.4%, 건강보험 15.7%, 고용보험 74.6%, 산재보험 98.9%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가입률이 고용 및 산재보험보다 크게 낮다. 이를 끌어올려 건설일용근로자의 복지를 향상하겠다는 복지부의 방침은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복지부는 건설일용근로자들이 사회보험 가입을 기피하고 있다는 매우 중요한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대책이 현실과 현장의 실태를 무시한 또 다른 탁상행정 사례라는 비난을 받아도 복지부는 할 말이 없게 됐다.
비난의 첫 번째 근거는 복지부가 건설현장의 근로자들이 고령화됐다는 점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현장은 젊은 층의 건설현장 기피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아진 지 오래다. 남은 국내 인력 대부분은 50대 이상이 차지하고 있다. 60대도 많다. 국민연금은 60세가 넘으면 가입할 수 없고, 50세가 지나서 가입하면 나중에 받는 연금액이 얼마 되지 않는다. 이런 실정에서 건설일용근로자들이 새삼 국민연금에 가입하려 하겠냐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근거는 국민연금 지역가입자인 건설일용근로자가 사업장 가입자로 전환되면 개인의 연금보험료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이점은 있지만, 다수의 근로자들은 임금의 7% 이상인 보험료(국민연금+건강보험)를 내고 장래에 혜택을 받는 것 보다는 보험료를 내지 않고 지금 일당을 그대로 받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일용근로자들은 미래보다는 현재 손에 쥐는 목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도가 바뀌면 이 현장 저 현장을 떠도는 근로자들이 많아져 결국 생산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 걱정이다”고 말하고 있다.
세 번째 근거는 직장가입자가 됐다가 사정 변동으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경우 보험료 부담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는 것은 직장이 없어졌기 때문인데, 수입이 사라진 마당에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보험료는 전보다 더 내야 하는 현실을 누가 받아들이겠느냐는 것이다.
건설일용근로자들을 가장 많이 고용·관리하는 전문건설업체의 업무 폭증이라는 부작용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도 비난의 문제다. 통상 상용직의 경우엔 임금의 변동이 많지 않아 보수월액을 변경신고 하는 경우가 적다. 하지만 일용직근로자는 매월 근로일수와 임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달 근로자 한명 한명씩의 정보를 확인해 보수월액 변경신고를 해야 한다. 또 이직률이 일반 아르바이트생과 비교될 만큼 잦기 때문에 가입?퇴사신고도 빈번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가입대상 근로자수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업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복지부는 국민연금 가입 확대 정책을 다시 한 번 세밀히 점검, 진정으로 건설일용근로자에 필요한 대책으로 탈바꿈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원론적으로 아무리 좋고 선한 목적이라고 해도 부작용과 불편이 예상된다면 되돌아보고 고치는 게 정말 선하고 원론에 부합되는 정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