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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 칼럼> 국토부보다 무서운 HUG?
  • 정순우 매일경제신문 기자
  • 승인 2018.05.14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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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행사들 사이에선 ‘국토부보다 무서운 허그(HUG)’라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HUG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영문 이름을 이니셜로 표현한 것이다. HUG는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다양한 보증사업을 진행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이다. 기본적으로 국민과 기업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그런데 왜 두려움의 대상이 됐을까.

기업들이 HUG를 두려워하는 것은 정부의 분양가 규제를 실행하는 ‘저승사자’이기 때문이다. 선분양제가 일반화 된 국내 시장 상황상 건설사는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때 HUG의 분양보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보증이 없다면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적정 금리에 조달하기 어렵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분양가가 높아지자 HUG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이란 걸 정해 놓고 여기서 일정 수준 이상의 분양가를 책정해 오는 사업자에겐 분양보증을 발급해 주지 않고 있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은 당초 서울 강남3구에 한정됐으나 지금은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시, 성남 분당구, 세종시, 부산 해운대·남·수영·연제·동래구로까지 확대됐다.

이같은 분양가 규제는 과연 어떤 결과를 낳고 있을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에서는 ‘로또 청약’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주변 시세에 비해 분양가가 크게 낮아 당첨되는 순간 앉아서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었다. 

HUG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분양되는 아파트의 분양가가 최근 1년간 인근에서 분양한 아파트 평균 분양가의 최고치를 넘거나 주변 시세의 110%를 넘을 경우 분양보증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 분양보증 업무를 처리하는 기업 실무자들은 ‘사실상 기준은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묶인 곳 대부분 최근 새 아파트 공급이 극히 드물었던 곳이다. 새 아파트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집값이 오르고 자연스레 분양가도 높아진다. 직전 1년간 아파트 분양 사례가 없는 곳이 많다. 이런 경우에 대한 자세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사업자들이 참고하는데 없다. 오로지 HUG 재량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분양가 규제는 신규주택의 원활한 공급에도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최근 분양된 로또 청약 아파트들은 대부분 HUG의 분양보증 규제가 강화되기 전 사업이 확정됐던 곳들이다. 지금부터 사업을 시작하는 단지들은 분양가 기대치를 낮춘 상태로 출발하기 때문에 사업 성사 자체가 어렵다. 특히 서울의 경우 새 아파트 대부분이 재건축 또는 재개발이다. 이런 아파트는 조합원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고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고비용을 해소하려면 결국 적정 수준의 분양가를 받아야 하는데 주변 단지와의 비교만으로 분양가가 묶일 경우 사업이 늦어진다. 서울에서 새 집을 찾는 수요는 일정한데 공급이 줄어들면 결국 기존 신축 아파트들의 몸값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분양보증을 이용한 정부의 간접적 분양가 규제는 몇몇 아파트의 분양가는 낮췄지만 소수에게 과도한 불로소득을 안겨주고 유주택자의 자산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이게 과연 현 정부의 정책방향과 통하는지 의문이 든다.

정순우 매일경제신문 기자  sunuju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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