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만 소장의 하도급분쟁 해법 (42)
6개월 전에 모 지역의 A 전문건설업체가 상담을 왔다. 이런저런 상담을 하다가 원청의 하도급법 위반 여부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드리면서 그것을 꼼꼼하게 점검해 보라고 했다. 그런데 그간 아무 반응이 없다가 다시 최근에 연락이 왔다. 어찌 보면 우리가 제공한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여러 군데 상담을 했는가 보다. 그렇지만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해석할 분들이 많지 않았고 결국 다시 상담을 왔다.
6개월이 흐른 시점에 A 전문건설업체는 훨씬 상황이 어려워졌다. 정산이 결국 잘 안됐다. 사실 정산문제는 하도급 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시점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다 보면 정산문제는 해결이 안 되고 재정적 상황은 어려워진다. 그런 업체가 한둘이 아니다.
사업에 있어서 가장 큰 리스크는 추가공사나 변경공사를 하면서 투입된 비용을 제때 받지 못할 때다. 이 업체가 바로 그랬다. A 업체는 이 하도급 공사를 하기 전에는 그런대로 우량한 강소건설회사였으나 불공정거래에 휘말리니 금방 부도가 날 정도로 재정적 상황이 악화됐다. 결국 초기에 정산을 제대로 했으면 상황이 그렇게 악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었는데 안타까웠다.
정산문제는 초기에 결단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진다. 그러면 어떻게 초기에 결단해야 하는가? 우선 상대방이 하도급법상 무엇을 위반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물량산출은 감정 등의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하도급법 위반여부는 금방 알 수 있다. 어차피 정산은 대체로 민사소송의 성격이다. 그렇지만 하도급 공사이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거나 조정신청을 하는 게 필요하고, 나중의 소송을 감안할 때도 사전에 다양한 카드를 가지고 있는 게 좋다.
이 건의 경우에도 하도급법 위반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처음부터 상대방을 공격할 포인트를 찾아서 신고하고 협상을 했으면 좋았을 듯 싶다. 일단 신고가 되면 공정위나 공정거래조정원에서는 합의를 종용시키는데 이때 써먹을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그것도 예리하게 다듬어야 한다. 그것은 상대방이 나와의 거래에서 하도급법을 어떻게 위반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공정거래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