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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 칼럼> ‘통일비용’이 아니라 ‘통일투자’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 승인 2018.05.28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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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누가 대나요. 남북이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좋지만, 굳이 통일을 할 필요가 있나 싶어요”

며칠 전 만난 20대 후반의 청년은 “우리 세대는 이기적이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무리 대의가 있어도 나 자신이 손해본다면 동의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통일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민족’이어서 하나가 돼야 한다는 당위론보다는 ‘이해득실’을 따져 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실리론이 앞선다. 

실리론의 핵심은 결국 돈이다. 이른바 통일비용이다. 북한에 도로와 철도를 깔고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북한 사람의 복지를 위해서도 돈은 필요하다. 누가 돈을 댈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부담해야 할 부분은 상당할 것이다. 영국 헤지펀드 유리존 SJL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한반도 통일 과정에 필요한 비용은 향후 10년간 1조7000억 유로, 즉 우리돈 2167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완전히 신뢰하기는 힘들다. 독일 사례를 기준으로 산출한 액수기 때문이다.

통일비용만큼 추정하기 모호한 비용도 없다. 가정에 따라 추정액은 제맘대로 늘어났다가 줄어든다. 앞서 연구된 사례들을 보면 적게는 150조원에서 많게는 5000조원 가까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무려 33배 차이다. 이래서는 전망 자체가 의미가 없다. 얼마가 들지는 정확히 모르다 보니 막연한 불안감도 커진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이 돈은 그냥 증발해서 날아가 버리는 돈일까? 아닐 것이다. 통일비용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인프라 비용을 보자. 북한에 도로를 놓고, 철도를 까는 일은 우리 토목·건설사들이 할 것이다. 건설 수요가 늘어나면 시멘트와 아스콘, 철강을 생산하는 업체도 바빠진다.

일자리도 늘어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매년 13조원을 인프라건설에 투입하면 연평균 14만5000개씩, 5년간 72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만성적인 일감부족이 일순간 해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생산과 소비가 증가하면서 경제성장률도 1.03% 높아진다.

인프라분야뿐 아니다. 2배로 넓어진 국토, 늘어난 인구 2500만명은 위축된 내수산업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라면을 팔아도 더 팔리고 자동차를 한 대 팔아도 더 팔린다. ‘규모의 경제’에 더 다가간다는 말이다. 경제영토를 넓히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까지 하는 마당에 북한이라는 생산과 소비의 미개척 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통일의 편익은 최대 1경4000조원까지 추산된다.

그러니 ‘통일비용’보다는 ‘통일투자’라 부르기를 제안한다. 인프라에 대한 지출을 ‘SOC투자’라고 부르지 ‘SOC비용’이라고는 말하지 않는 것과 같다. 기왕이면 통일투자는 공세적으로 나섰으면 한다. 주저하다가는 경쟁국에 몫을 빼앗길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최근 북한 개발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참여시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돈에는 꼬리표가 있다. AIIB의 돈을 쓰면 중국업체가, ADB로부터 돈을 받으면 일본업체가 대북인프라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가급적 국내 정책자금, 민간펀드 등을 활용해야 우리가 사업권을 따고 우리 업체가 공사를 할 수 있다. 그래야 실익이 있다. 만약 서울-평양 고속도로를 민자로 놓는다고 생각해보자. 펀드에 투자할 개인과 기관이 없겠는가.

청년들이 통일에 시큰둥한 큰 이유는 비용부담 때문이다. 하지만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생각하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가을걷이가 확실하다면 봄과 여름에 씨뿌리고 모내기하는 수고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통일비용이 아닌 통일투자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도 할 일이 있다.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어도 큰틀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와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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