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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해줘야’와 ‘들어줘야’의 차이

서울 한 공사현장에 피켓을 든 입주민들이 몰려와 “현장 OUT”을 외치고 있는 모습을 봤다.

무슨 문제가 있나 들여다봤더니 사람이 다니는 보도블럭에 공사자재를 적재해 둬 인근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었다. 주민들은 “어린아이와 노약자 등 보행자에게 위협이 된다”며 “즉각 안전조치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현장상황이 복잡해 당장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해당 공사를 하도급 받은 A 전문건설업체는 “공사장 한 부분에 자재를 적재한다는 조건으로 계약했지만 현장 상황이 어려워지자 원청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고, 운송하려면 설계변경을 통한 계약금액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원청인 종합건설업체는 “A사가 약속한 공기를 넘겨 자재 적재가 힘들어진 것”이라며 “모든 것은 하도급사의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민원이 지자체에까지 올라가자 결국 A사가 우선 처리하는 조건으로 현장 상황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A사는 조치 이후 3달이 지난 현재까지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경우 국내 법에서는 책임소재를 따지는 게 쉽지 않아 하도급업체가 대부분 손해를 보고 만다. 그러나 미국 계약법을 보면 간단하다. 미국에서는 설계변경의 폭을 국내보다 넓게 보고 허용하고 있다. 상황이 변하면 들어주는 것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용어도 ‘설계의 변경’이 아닌 ‘change order’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법이 약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설계변경을 갑이 을에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바뀌면 ‘들어줘야’ 하는 것으로 말이다.

상대적으로 재정과 법무 능력 등이 취약한 ‘을’들을 보호하려면 법이라도 이들의 손을 잡아줘야 한다.

남태규 기자  news8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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