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인 7000여명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에 모여 ‘안전한 대한민국, 적정공사비에서 시작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국민 호소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16일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건설단체총연합회 소속 17단체와 전기·정보통신공사 단체 대표 등 22명이 한자리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것도 대한민국 건설사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북핵문제 해결 등 녹록지 않은 국제여건과 경제상황에서 철부지처럼 무슨 투정이냐는 곱지않은 시선을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이번 호소는 업계 주변을 둘러싼 생존여건이 한계상황에 도달해 향후 공멸로 이어지고 건설산업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것임을 헤아려야 한다.

또한 이번 대국민 호소대회는 갑작스럽게 나온 돌출행동이 아니다. 매년 수백 개의 건설업체가 스스로 폐업을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미 업계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적정공사비 확보와 SOC 예산 확충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 특히 작년 5월에는 건설단체총연합회에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국회 등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또 관계부처 담당자와 전문가 등과 정책토론회를 5번이나 가졌지만 위기를 타개할 뚜렷한 개선책이 나오질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공사비를 옥죄는 제도가 오히려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대국민 호소에 나서게 하는 요인이 됐다.

공공공사의 노무비는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휴일근로수당과 연차수당이 빠져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가 국민연금 가입요건 완화를 추진해 업체가 부담해야 할 몫이 더욱 늘어나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양질의 일자리 확보를 위한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추진도 업체의 부담이 될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일자리 창출 기업 우선낙찰제 추진도 마찬가지다. SOC 예산 감소와 공사비 부족으로 일자리가 줄고 채산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마당에 업계에 일자리를 먼저 늘리라는 주문인데 이 역시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 확실하다.

적정공사비 확보는 정부 어느 한부처의 대책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일자리위원회가 관계부처 장관을 위시해 사용자 대표·근로자 대표·정부연구기관장 등이 머리를 맞대고 묘안을 짜내듯이 범정부 및 업계, 공공발주처, 연구기관 관계자를 아우르는 기구를 구성해 조속히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고 정부가 추구하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양질의 일자리 확보와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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