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대지급보증 면제 늘리면 안된다

일반건설업체들의 단체인 대한건설협회가 하도대금 지급보증 면제업체와 대상공사를 늘려 달라고 정부에 끈질기게 매달리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대한건설협회의 주장은 일리가 있는 것처럼 들리지만 꼼꼼히 짚어보면 상당히 위험한 발상을 담고있다. 다분히 꼼수가 담겨져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 협회의 주장은 결국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제를 유명무실화 혹은 사문화하자는 노림수가 담겨있다고도 볼 수 있다.

‘2개 이상의 신용평가기관으로 제한한 것은 불합리하고 부담을 가중시킨다’거나 ‘3천만원 미만 면제를 5천만원으로 상향하자’는 주장만해도 그렇다. 신용평가기관 확대는 결국 하도급대금 면제대상 업체만 대폭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고 대상공사 금액의 상향조정은 법적용 대상의 예외를 그 만큼 키울 뿐이다.

사실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제는 제도 도입취지상 예외없이 모든 업체에 적용되는 것이 맞지만 정부는 업계의 부담을 감안해서 부도 우려가 극히 희박한 업체들에 한해 예외적으로 하도대지급 보증을 면제해주고 있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이들업체라고 해서 갑작스런 부도를 당하지 말란 법은 어디에도 없다. 그 가능성이 아주 적다는 것 뿐이다. 만일 이들업체에 부도가 발생한다면 누가 그 책임을 질 것인가. 정부인가, 신용평가기관인가, 대한건설협회인가.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할 건 뻔하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하도대지급 보증 면제업체의 부도가 발생하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 쓰는 것은 하도급업체들이라는 사실이다. 하도급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제도가 자칫하면 하도급업체들을 연쇄부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면제제도는 아주 엄격하게 운용돼야 한다. 정부가 만일 이 제도를 완화하려면 “하도대금 지급보증 면제업체의 부도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정부가 진다”는 등의 보장장치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

하도급대금지급보증제도 도입후 8년이 지났지만 아직 교부율은 7%에 불과하다. 지금은 현행 지급보증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지 결코 면제대상을 확대하는데 머리를 쓸 계제가 못된다. 면제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당초 제도도입 취지에 역행하는 처사다.

신용평가기관은 현재의 3개기관으로 충분하다. 기업이 어음을 발행해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경우에도 전문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만을 활용하고 있지 않은가. 신용평가는 엄격한 기준으로 지급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며 평기기준및 목적이 다른 신용보증기금 평가를 적용하는 것은 평가의 본질을 벗어나는 것이다.

지급능력평가는 원도급사의 부도여부와 하도급자의 연쇄도산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는 평가다. 단순한 채권회수를 위한 평가와는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지난96년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대상공사 금액을 3천만원 이상공사로 정한 것은, 이들 공사가 공사기간이 짧은 경우가 많았고, 공기가 짧다는 것은 그 만큼 공사대금을 떼일 염려가 적다는 사실을 감안한 조치였다. 물가상승과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적용대상 상향조정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지난 96년과 2002년을 비교해보면 3천만원이하 공사의 구성비는 43.7%에서 48.6%로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은 당초 3천만원으로 정한 기준과 전혀 관련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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