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 ‘하늬라벤더팜’

14년 땀·눈물로 가꾼 꽃밭을 걸으면 나도 어느새 ‘한 송이 꽃’으로

강원 고성의 진부령 아래에는 해마다 이맘때면 입이 딱 벌어질 만큼 화려한 라벤더꽃이 한가득 피어나는 농원이 있다. 한 사내가 14년에 걸쳐 뿌린 눈물과 땀으로 이뤄낸 라벤더 농장 ‘하늬라벤더팜’이다. 하늬라벤더팜을 꽃밭이나 정원이 아니라 농장이라고 부르는 건, 라벤더 꽃을 키우는 게 ‘원예’가 아니라 아름다운 꽃밭을 만드는 게 가장 훌륭한 소출이 되는 이른바 ‘경관 농업’이기 때문이다.

라벤더 농사는 쉽지 않다. 기후와 토질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유럽이나 일본에서 잘 자란다 해도 한국 땅에서 잘 자라는지는 심어봐야 안다. 적응 여부는 품종이 아니라 개체 차이에서 나온다. 그래서 해마다 잘 자라는 것들만 솎아내 꺾꽂이로 후계목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몇 대에 걸쳐 추려내고 또 추려내야 비로소 좋은 꽃밭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경관 농업이란 팔레트를 들고 붓을 찍어 그림을 그리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나의 색은 다른 색과 어우러질 때 더 아름다운 법. 보라색 라벤더는 붉은 꽃 양귀비, 갈색 호밀밭과 어우러져 더 돋보인다. 여기다가 농원 곳곳에 세워놓은 유럽풍 건물이 이국적 정취를 보탠다. 푸른 색감의 창과 크림색 벽으로 치장된 우아한 프로방스풍 건물과 장미가 흐드러진 뒷마당의 작은 정원을 둘러보다 보면 유럽의 어디쯤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라벤더를 비롯해 양귀비와 호밀, 그리고 이국의 식물들이 기막힌 색감을 뿜어내니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는 사진 찍기에 서툴러도 인생 샷 몇 장쯤은 너끈히 담아낼 수 있겠다.

라벤더 농원에는 식당도 숙소도 없다. 허브 제품을 파는 매장과 라벤더를 넣어 만든 몇 가지 음료를 파는 작은 야외카페가 고작이다. 식당과 숙소는 분명 ‘돈이 되는 일’일 텐데도 농장 주인은 “맛있는 음식과 쾌적한 잠자리를 만드는 일은 자신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가 자신 있다고 한 일은 단 하나, 매혹적인 꽃밭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그래서 하늬라벤더팜의 꽃밭은 올해보다 내년이, 내년보다 이듬해가 더 화려해질 것이고, 음식이나 숙소가 아니라 화사한 꽃밭을 좋아하는 이들을 불러들일 것이다. 

하늬라벤더팜이 있는 강원 고성까지 간 김에 들를 만한 곳 몇 곳을 더 보태보자. 고성으로 가려면 넘어야 하는 진부령 아래 소똥령 마을에는 원시림의 숲으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 ‘소똥령 숲길’이 있다. 괴나리봇짐을 메고 한양을 가던 고갯길을 다듬어 만든 편도 1시간30분 남짓의 이 길에서는 청량한 공기를 맘껏 들이쉴 수 있다.

송지호해수욕장 남쪽 오호리 등대 아래 갯바위 지대에 우뚝 서 있는 서낭바위도 빼놓을 수 없다. 부채 같기도 하고 하트 모양 같기도 한 커다란 바위가 마치 와인 잔의 목처럼 가느다란 바위에 위태롭게 올라서 있는 형상이 신기하다. 송지호 남쪽 문암해변에는 더 기괴한 모습의 바위 해안인 ‘능파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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