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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평등한 사회와 경쟁 없는 사회

”현 정부의 건설정책은 임금직불 등
개인복지를 중시하고 강조한다
이에 비해 산업체의 복지나
경영수지개선대책은 내놓지 않아
업계는 제도인프라 혁신을 요구해야 한다“

보릿고개에 익숙했던 어린 시절에 비해 소득이나 생활수준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그런데 국민이 느끼고 있는 행복지수는 오히려 배고팠던 시절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흔히 배고픔은 참을 수 있어도 배 아픔은 참을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생각난다.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가 배고픔 때문이 아니라 주변과 비교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주원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쟁 없이도 누구나 평등하게 잘살 수 있는 유토피아 사회를 꿈꿀 수 있을까?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이 불평등한 세상을 보여 주는 통계를 예로 들었다. 세계 갑부 85명의 소득이 전 세계의 하위 소득자 30억명의 소득과 같다는 것이다. 미국 사회는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25%를 가져가지만 부의 축적에서는 1%가 전체 부의 40%를 점유하고 있을 만큼 불평등한 사회라 비판한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 상황은 어디쯤에 와 있을까? 

평등한 사회는 부와 법에서 누구나 균등한 대접을 받을 수 있어야 가능하다. 우리 사회도 불평등한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과거적폐 청산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너무 큰 탓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가져본다. 평등과 균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반대로 경쟁이 없는 사회로 가기 때문이다. 건설에서 경쟁을 없애는 것은 시장에 진입하는 누구에게나 물량이 배분돼야 함을 의미한다. 내수시장에서 각자에게 나눠줄 수 있는 물량만 있다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유감스럽지만 전 세계 건설시장에서 내수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 미만으로 경쟁 없는 사회를 만들지 못한다. 98%의 시장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일감을 확보해야 하는 불평등하고 불균등한 세상에 있다.

정부와 산업은 건설이 평등하고 경쟁이 필요 없는 시장이 아니라는 사실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기술인과 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공략이 불가피함을 알고 있다. 지난 4월20일 건설산업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생산체계와 공사비산정 방식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 생산체계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자는 게 핵심이다. 글로벌 건설은 기술 기반의 생산성이 좌우하는 경쟁 시장이다. 생산구조를 단순화시켜 거래 거품을 걷어내면 다단계 거래에서 발생하는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직영 및 직접시공 확대 방안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기회를 균등하게 한다는 취지로 산업에 진입하는 문턱을 낮춰 등록요건을 완화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차원에서 등록 요건은 완화시켜도 사업 참여 문턱은 대폭 높여 변별력을 강화시키는 방안이 제시됐다. 업등록에 대한 자격 문턱은 낮추지만 시장 참여 역량은 대폭 높이는 취지다. 산업 진입은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지만 사업 참여 경쟁은 높이는 것이다. 

모두의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정책과 제도는 없다. 자유경제시장에서 평등한 경쟁은 존재할 수 없다. 다수의 다수를 위한 다수에 의한 경쟁 정책과 제도만이 생존할 뿐이다. 인정·불인정, 선택·폐기의 문제가 아니다. 건설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적정임금, 임금 직불, 주52시간제 도입 등 개인 복지를 강조한다.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게 입찰 시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곧 시행되리라는 예상이다. 개인 복지를 중시하는 정책과 제도에 비해 산업체의 복지 혹은 경영 수지 개선대책은 아직까지 내놓지 않았다. 적정임금제와 근무시간 제한 제도 운영을 위한 제도적인 인프라는 과거 프레임 그대로다. 개인 복지를 챙기는 고용노동부가 아직까지 별다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개인의 문제로 보기보다 산업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는 것 같다. 

산업체가 개인 복지에 맞춘 다양한 제도를 자체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은 없다고 단언한다. 산업체는 정부에 당당히 제도 인프라 혁신을 요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지금처럼 공사기간이 늘어나거나 인건비가 올라간 부문에 대한 보상책 요구는 근본 대책이 못된다. 작은 상처를 덮는 반창고 처방이 아닌 계약 및 보상의 근본 혁신을 요구해야 한다. 장기계속제도 폐지, 하절기와 동절기 기온 차이 보전 직접비용 보상은 물론 계약기간 내 공사가 예산 부족으로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사태를 방지하게 충분한 예산이 적기에 조달되도록 해야 한다.

공공발주기관이 당연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지금까지 논외였다. 제도적 인프라 혁신은 산업체 역할밖에 있다. 물론 산업체가 스스로 해결 가능한 부문도 있다. 공사 계획에서 작업 계획으로 세분화시키고 체계화시켜 작업과 인력을 연결시키는 작업관리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체가 스스로 해결 가능한 부문이 있지만 변화된 건설 환경을 전적으로 소화하는데 역부족임을 느꼈다면 당당하게 요구하는 목소리를 당연히 높여야 한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교수

이복남 교수  bnlee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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