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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 칼럼> ‘도시재생 뉴딜’도 괴물이 안 되려면…
  • 정순우 매일경제신문 기자
  • 승인 2018.06.18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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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정책도 공약이 되고 국정과제가 되는 순간 괴물이 됩니다. 모든 정책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데, 공약이 되면 임기 내에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죠.”

최근 만난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기자에게 던진 한마디는 의미심장했다. 그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20여 년간 국내 부동산 시장을 연구했고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부동산 전문가로서 2년 넘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소회가 이 한마디에 담겨 있다.

무릇 정치와 정책은 때로는 공조가 필요하지만 원칙적으로는 분리돼야 한다. 정치가 정책을 지배해 버리면 민주주의의 근간인 3권 분립이 흔들린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 괴물이 될 것으로 우려되는 1순위를 꼽으라면 기자는 단연 ‘도시재생 뉴딜’을 꼽고 싶다. 취지는 좋지만 정책으로 가공되는 과정에서 많은 정치논리가 개입돼 버렸다.

도시재생은 현 정부가 처음 제기한 화두는 아니다. 지난 정부에서부터 이미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각종 시범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가 쉽지 않은지라 예산 집행이 지지부진했고 이내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러다 다시 부각된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도시재생 뉴딜을 공약으로 내걸면서다. 매년 100개씩 총 500개 지역에 연간 10조원씩 총 50조원을 쏟아붓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지난 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정부는 ‘사람 중심’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하지만 정작 우리 마을 살리기 사업지로 선정된 마을들은 도시재생의 효과를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도시재생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다. 특히나 현 정부는 기조대로 하자면 마을 주민 스스로 재생의 방향을 정하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더 시간이 걸린다. 지금 정부가 취해야 할 도시재생 정책은 지역별로 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라도 제대로 된 성공모델이 나오도록 유무형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영국, 프랑스, 일본의 도시재생이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것은 성공모델이 그만큼 많이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 뉴딜의 재원 조달방안도 문제 소지가 있다. 전체 사업비의 절반을 주택도시기금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매년 5조원이다. 이 중 4조원이 주택계정이다. 주택계정은 국민들이 청약통장 등을 통해 맡겨 놓은 돈이다. 일정 수준의 수익을 거둬야 하고 언젠간 회수해야 할 돈이다. 이런 돈을 장기간 사업성이 안 나오는 마을살리기 사업에 묶어두는 것은 추후 기금의 재무건전성에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도시재생은 하나의 모델로 정의될 수 없다. 마을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고 사는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다. 공동체 활성화가 유효할 수도 있고 전면적인 재개발이 필요할 수도 있다. 지역별로 가장 최적화된 도시재생 모델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합쳐야 한다. 또한 민간기업이 참여할 수 있게끔 문을 좀 더 열어야 한다. 현재 도시재생 사업에서 민간 개발기업의 참여는 완전히 배제돼 있다. 주택도시기금의 성공적인 회수를 위해서라도 일부 도시재생 사업지는 수익성이 받춰져야 한다. 기업이 과도한 개발이익을 가져간다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환수하면 될 일이다.

도시재생 뉴딜은 돈을 쓰기 위한 정책이 아니다.

정순우 매일경제신문 기자  sunuju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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