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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단계서 전문건설사도 참여… 시공 안정성·현장관리 혁신■ 건설, 침체 극복할 도전과 혁신의 길 - 시공책임형CM 첫 시범사업지를 가다

경기도 시흥에서는 현재 건설현장 관리기법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시공을 맡은 건설사가 설계단계부터 참여해 BIM(건축정보모델·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프로그램으로 목적물을 먼저 완성해보는 ‘시공책임형CM(건설사업관리·Construction Management)’의 첫 시범사업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시흥은계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제도는 전문건설사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필수 요소지만 아직 전문업계의 인식은 부족한 상황이다. 첫 시범사업을 통해 시공책임형CM의 현황과 전문건설의 역할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시흥은계S4블록 현장 전경<큰 사진>과 BIM을 통해 본 조감도<작은 사진>. 사업관리용역 단계에서 작업동선과 자재 배치 등에 대한 계획을 수립해 실제 시공현장의 모습은 타 현장에 비해 깔끔하고 안정화돼 있다.

설계변경과 추가공사비 문제가 거의 없는 건설공사가 있을까? ‘있다’라고 답해야 할 시대가 오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시공책임형CM(CMR, CM at Risk)이라는 새로운 발주제도가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6년 4월 건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선진발주제도를 국내에 정착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시공책임형CM’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토부는 이 제도가 △설계단계에 시공사의 참여(Pre-con service)를 유도해 설계의 완성도를 높이고 △잦은 설계변경, 공사비 증가, 공기지연을 막을 수 있으며 △시공사가 설정한 공사비 상한선(GMP, Guaranteed Maximum Price)을 통해 발주자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 2년이 흐른 지난 4월 그 시범사업이 첫 삽을 떴다. 경기도 시흥은계지구 S4블록 아파트건설이 그 주인공이고, 국내 프리콘 서비스의 선두주자인 GS건설 컨소시엄(GS건설, 금호산업, 대보건설)이 건설 중이다.

◇시공책임형CM, 무엇이 다를까=건설사의 업무영역이 지금까지 ‘시공’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CMR방식에선 ‘설계참여’가 더해진다. 실시설계를 작성하는 과정에 발주자, 설계사, 시공사가 함께 참여하고 이때 전문건설사의 참여도 이뤄진다.

특히 시공사들이 설계검토, 시공성 평가, 공사비 예측, 공사일정계획 수립 등 VE(경제성검토) 활동의 주체가 된다. 이를 통해 프로젝트의 가치를 높이고 공사비 증가 등 발주자의 리스크를 제거하는 장점을 갖는다.

언뜻 보아 턴키방식과 유사해 보이지만 설계사가 시공사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발주자가 기본설계를 설계사에 맡기기 때문에 턴키방식보다 발주자의 의지와 요구가 잘 반영된다.

◇프리콘, 착공 전 건설을 완성하다=LH가 발주한 시흥은계S4블록 공동주택 건설공사는 8만1034㎡ 대지에 지하 1층~지상 29층의 아파트 17개동으로 계획됐다. LH가 통상 발주하는 공사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발주자·설계사·시공사가 팀 이뤄
실시설계서 사전에 충분히 소통
돌발상황 발생땐 신속히 대안 찾아
유연하게 대응… 추가공사 최소화

 

GS컨소시엄은 지난해 상반기 입찰경쟁 과정에서 50여 가지 항목을 개선해 총 169억원을 절감하겠다고 LH에 제안했다. 기본설계 기준으로 조직구성, 공법개선, 자재변경 등을 제시했고 이 가운데 LH가 채택한 것은 금액기준으로 123억여원에 달한다.

사업자로 선정된 후 발주처, 설계사, GS컨소시엄과 협력업체들은 팀을 꾸려 6개월간 실시설계를 완성했다. 시공책임형CM의 핵심 중 하나인 사업관리용역(프리콘)을 수행한 것이다. 당시 GS건설 본사인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해 각 사업주체 직원 60여명이 동거동락하며 주요설계 확정, 공사비 확정, 시공준비 등을 진행했다. BIM(빌딩정보모델링) 프로그램을 통해 도면을 새로 그리면서 개선한 항목들이 수천개에 이르고 도면으로 나타난 것만 590여개에 달했다.

이때 개선사항 중엔 전문건설사의 아이디어도 다수 반영됐다. 대표적으로 골조분야 협력업체로 참여했던 새재건설㈜은 1층 필로티 및 지하층 층고 차이와 관련된 사항, 기초레벨을 조정하는 방안 등을 제시해 시공 효율성을 향상시켰다.

새재건설은 당초 1층 필로티의 높이가 5.7m에 달해 시스템 서포트를 써야 했지만 추락 위험 등이 있어 중간에 작업용 슬라브를 치자고 제안했다. 또 지하층 층고를 조정하자고 제안해 보위에서 작업을 하지 않고 B/T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현장사무소 회의실엔 프로세스맵핑을 통해 마련한 하루 단위 공정계획표가 붙어있다. 협력사들은 색깔별 포스트잇을 통해 자신들의 작업계획 등을 직접 수립하고 모든 참여자들과 공유했다.

◇프리콘의 핵심 ‘프로세스맵핑’=CMR이 적용됐어도 돌발 상황이 없을 순 없다. 시흥은계현장도 지난 4월 착공 직후 상당량의 폐기물이 지반에 묻혀 있고, 페이로더 장비가 30㎝씩 푹푹 빠질 정도로 지반상태가 나쁘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

GS건설 김병수 현장소장은 “기존 공사였다면 수개월의 공기 지연을 일으킬 만한 돌발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프로세스맵핑(Process Mapping)의 과정을 밟은 덕분에 2주 만에 해결할 수 있었고 현장은 다시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프로세스맵핑은 프리콘의 핵심 중 하나로, 여러 참여주체들이 검토 합의를 통해 전체 시공일정을 조정하고 서로의 업무를 명확히 이해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은 시공과정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시공 중 예상 못한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게 대안을 찾고 각 시공주체는 그에 따라 각자의 일정을 조율하는 등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또한 시공 안정성 확보에도 유리하다. 6월 넷째주 현재 이 현장엔 기초공사를 진행하면서 항타기 4대를 운용해 하루에 파일 100여개를 박고 있고, 파일을 실은 트레일러 차량이 30~40대씩 드나들지만 “어느 현장보다 정돈된 모습을 보인다”는게 LH의 평가다.

◇CMR은 시공 자신감으로 이어져=시공참여형CM 시범사업의 참여사들은 “시공 전에 도면검토를 충분히 하기 때문에 실제 시공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전문건설사들도 직접 착공 전에 설계내용을 확인하고 시공성 검토를 수행하기 때문에 안정된 시공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또 원수급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것도 보이지 않는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류승훈 기자  ryush@kos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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