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침체 극복할 도전과 혁신의 길 - 기능인 키우는 전문건설, 현장에서 비전 찾는 청년

건설현장에 청년이 사라지고 고령화되면서 생산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전문건설업계 안에서도 그 심각성을 알지만 선뜻 나서서 청년 건설인 양성에 앞장서는 기업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청년 건설인을 만들어 내는 것이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청년 건설인 양성’을 실천하고 있는 전문건설사를 만나봤다. /편집자 주

고교실습생 채용 ㈜태일씨앤티

◇태일씨앤티 김경수 대표와 박규민 기사(좌), 오유찬 기사(우)가 서로의 앞날을 응원했다.

“건설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젊고 의욕 있는 청년 인재들이 제대로 대우받는 풍토를 조성해야 합니다. 미래 건설명장(明匠)을 선택한 여러분들의 꿈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 장관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해 12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경기도 남양주공업고등학교를 방문해 취업을 앞둔 건설 관련학과 재학생들에게 남긴 말이다. 그는 지난 3월엔 해외건설 플랜트 마이스터고(서울도시과학기술고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해 신입생을 격려하기도 했다.

김현미 장관이 취임 후 1년 새 두 차례나 건설관련 고등학교를 찾았다는 것은 건설현장의 청년 구인난 문제를 정부도 심각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대책과 제도를 마련 중이거나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청년 건설인을 채용하고 육성해야 하는 전문건설사들은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에 신입직원 채용보다 경력직을 찾는 경우가 많다. 청년들이 건설인으로 거듭날 기회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직접 건설관련 고교의 졸업예정자를 실습생으로 받아 정규직으로 채용까지 하는 남다른 방식으로 인재육성에 나선 전문건설업체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의 철근콘크리트공사 전문인 ㈜태일씨앤티의 김경수 대표이사와 박규민, 오유찬 기사가 그 주인공이다. 김경수 대표의 경영 방침과 청년 건설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 고교 졸업생을 직접 채용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김경수 대표=단순히 일할 사람이 부족해 고교 졸업생에 관심을 두진 않았다. 현재 전문건설인들이 갖고 있는 기술이나 기능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을 더 심각한 문제로 봤다. 건설업에 대한 사회적 선호도가 낮기 때문에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매우 드물고 교육시설 조차 찾기 힘든 실정이다. 우리 회사라도 청년들에게 기회를 준다면 우리의 기술이 대(代)가 끊기는 일은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전문건설업체에 취업하게 된 이유는?
▶오유찬 기사=전문적인 일을 배울 수 있고 이것이 나의 무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르바이트처럼 쉬운 일은 1년을 하나 10년을 하나 얻어가는 게 없겠지만 건설은 전문직이고 현장경험이 축적된다면 앞으로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먼저 군 복무 후 복직도 가능하다고 말씀해주셔서 선택하게 됐다.

청년건설인
처음 현장 갈땐 막막하고 걱정
현장의 엄격함 속에서 가르침
“선배들 보면서 목표 생겼어요”

- 20살이 경험한 건설현장은 어떤가?

▶박규민 기사=평소 건축과 건설업에 관심을 두고 있어 특성화고에 진학했지만 막상 건설현장을 가려고 하니 걱정이 많았다. 실제로 현장에 처음 갔을 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했다. 위험한 작업은 기계를 이용하고 안전장비들도 잘 갖춰져 있었다.

▶오유찬 기사=친구들과 어울리다 현장에서 선배님들과 만나니 말씀이 많지 않으셔서 엄격함을 느꼈다. 위험한 일도 많고 나로 인해 여러 작업자 분들에게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는 그 엄격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은 선배님들과 숙소생활을 하는데 하루 일과가 끝나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게 많이 배려해주셔서 잘 지내고 있다.

- 이 직원들 외에 젊은 직원들이 얼마나 있나?
▶김경수 대표=우리 회사엔 신입으로 입사해 과장급으로 진급한 기사들이 30명 정도 된다. 고교 실습생을 받는 것도 젊은 직원들이 학생들의 멘토가 돼 주면서 함께 성장해 나가길 바라는 면도 있다.

업계 내에서 경력직원을 빼가는 일이 종종 있고 프로젝트별로 채용되는 기간제 직원들도 많지만 이들보다 우리 젊은 직원들이 회사의 미래를 더 밝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 젊은 직원이 많은 비결이 있나?
▶김경수 대표=우리 회사의 가장 큰 투자는 직원 육성에 있다. 신입직원이 제 몫을 해주기까지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이윤이 줄 수 있지만 이 친구들이 성장해 제 몫을 하고 더 역량을 키워 현장소장까지 맡아 준다면 2배 이상의 가치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경수 대표
신입이 현장소장으로 큰다면
회사로선 투자 이상의 가치
젊은 직원 30명이 학생들 멘토

우리 회사는 직원간 소모임이 활성화 될 수 있게 지원하고 있고, 개인 역량이 된다면 대학원 교육비도 일부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선후배 직원간에 끈끈한 관계가 형성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직원의 업무능력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 고교 졸업생 채용시 생존율이 낮다고 한다.
▶김경수 대표=서울의 강서공고와 경기도 안양의 안양공고에서 지난해 8월 총 14명의 실습생을 받아 안전교육과 소양교육을 시킨 후 현장당 2명씩 배치했다. 이중 일부는 실습기간 종료 후 바로 그만뒀고 일부는 군 복무 등을 이유로 퇴사를 했다. 현재는 4명이 남아있으니 생존율이 낮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1년에 한명의 인재라도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이고 올해도 실습생을 받아 취업으로 연계할 계획이다.

▶오유찬 기사=적응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저는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데 지시 받는 근로자분들이 대부분 아버지 연배시고 저의 지식과 경험도 부족해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저는 다행히 좋은 사수 선배를 만나 여러 가지 도움을 받고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 입사 전후로 달라진 게 있다면?
▶박규민 기사=입사 전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큰 고민이 없었지만, 입사 후 선배님들을 보면서 목표가 조금씩 생기고 있다. 현장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쌓고 공부도 더 하면서 한 단계씩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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