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건설의 날을 맞이하고도 건설업계는 축제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 건설 산업과 관련해 들리느니 비관적인 실적과 전망뿐이기 때문이다. “건설 산업은 현 정부에서 관심 밖이라 믿을 곳은 북한 SOC 물량뿐”이라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돌고 있다.

현재 건설업계 종사자들을 가장 힘 빠지게 만드는 요인은 문재인 정부 들어 일어나고 있는 ‘건설산업 패싱’ 현상이다. 적어도 업체들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문 정부는 초기부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줄이고 복지예산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천명했고, 이는 현실화되고 있다. ‘건설이 곧 복지다’라는 건설업계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SOC 예산은 매년 낮아지고 있다.

한때 26조1000억원(2015년)에 달했던 SOC 예산은 △2016년 23조7000억원 △2017년 22조1000억원 △2018년 19조원에 줄어든데 이어 정부 각 부처에서 요구한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2조1000억원이나 줄어든 16조9000억원에 그쳤다. 2015년에 비해서는 10조원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그나마 이 정부가 야심찬 건설투자 공약으로 내놨던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매년 10조씩 5년간 50조 투입한다는 정책은 진행이 느릴 뿐만 아니라 건설물량도 많지 않다. 또 아직까지는 파생투자를 불러오는 마중물 역할도 못하고 있어 건설업체들의 관심밖에 있는 실정이다.

이후 대규모 투자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원전 건설을 줄이고 집값을 잡겠다며 쏟아내는 일련의 정책 등 건설투자가 줄어들도록 하는 대책만 쏟아내고 있다.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건설업계의 얘기를 정부가 들으려 하지 않고 있다는 업계의 체감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이달 26일로 취임 1년을 맞았지만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단체장들과 마주앉은 것은 지난해 9월 ‘건설·주택업계 간담회’ 단 한번 뿐이다. 개별 현안 위주의 현장방문을 주로 해왔다. 각 단체별로 순회간담을 가진 이전 장관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정부는 건설업계의 절박한 호소 외면 말라

공정거래위원회 김상조 위원장도 공정위 존재의 상당지분을 차지하는 하도급분야의 건설관련 업종별 단체 방문을 취임 이후 단 한 차례도 가지지 않았다. 자연스레 업계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업체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건설 산업에 대한 이같은 홀대는 수주 하락과 일자리 감소가 더해지며 건설업계 종사자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4월 국내건설 수주액은 10조84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15조8022억원)보다 31.3% 급감했다.

건설일자리는 5월에 전년보다 4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작년에 월평균 11만9000명 증가했던 것에 비춰보면 초라한 성적이다.

통상 국내경기 침체기에는 해외시장 활황으로 국내 부족분을 상쇄하는 현상을 보였지만 국내경기의 추세적 하락기에 접어든 올해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해외수주 회복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예측 기관들은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을 줄줄이 낮춰 0%나 마이너스로 수정전망 하고 있다.

한편으로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건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산체계 개편방안 마련도 업체들을 지치게 하고 있다.

10여 년 전인 2008년 당시 선결조건으로 제시됐던 발주자 능력 향상, CM 활성화 등 대기업의 약육강식을 제어할 여건이 여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업종 통폐합이라는 케케묵은 논제가 다시 주목되고 있어 이해당사자 간에 논란만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17개 단체와 기타 5개 단체는 건설업계 최초로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 건설인 대국민호소대회’를 공동 개최했다. 건설인 7000여명이 공사 성수기에 하루 생업을 접고 모여 국민 안전과 업체 생사를 위협하는 공사비 부족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현 정부가 건설 산업을 포기했다는 분위기인데 사활을 걸고 있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건설업의 용도가 다하지 않았다고 믿고 싶을 뿐”이라는 한 업체의 말이 업계가 공통으로 느끼는 자조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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