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침체 극복할 도전과 혁신의 길 - 남북경협 제대로 알고 대비하자

지난 4월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이후 철도와 같은 인프라 조성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이 어느 수준에 도달해 있고, 예상되는 물량은 어느 정도인지 건설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건설물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북한 내 사업은 새로운 먹거리이자 도전임에 틀림없다. /편집자 주

◇북한 건설근로자들이 개성공단 건설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국내 근로자 하루 일당이 그들의 한달 월급이었다.

 

최근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남북간의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개발 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설업과 중공업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에 사업이 어떻게 추진됐는지, 사업 수익성은 어떨지, 뛰어들기 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건설업체들의 궁금증이 이어지고 있다.

◇개성공단 개발 계획은 무엇?=남한과 북한은 2000년 8월 ‘개성공단 조성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사업을 본격 추진했다. 공단 개발은 총 66.1㎢ 규모로 공장구역 26㎢와 배후도시 40㎢의 토지를 북한이 남한에 50년간 임대하는 방식으로 계획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자금조달·설계·감리·분양을, 현대아산은 시공을 담당했고 사업계획 수립, 인·허가, 대북업무 협의는 공동으로 진행했다. 전문건설업체의 대부분은 현대아산의 협력사 자격으로 사업에 참여했다.

사업은 총 3단계 개발 계획으로 이뤄져 있었으며 공단 3.3㎢ 구역을 조성하는 1단계 공사는 2004년 4월 착공, 2017년 준공했다. 현재는 개발 총 계획의 일부만 진행된 상태다.

◇부지 조성하는데 2년 걸려=2003년 착공식 이후 사전에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데 1년이 걸렸으며 2004년 4월부터 공사가 진행됐다. 지연된 공사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설계와 시공을 병행하는 조기착공(Fast-track)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됐다.

공단에 필요한 용수는 개성공단의 북쪽으로 약 18km 지점에 위치한 월고저수지를 확대 건설하는 것으로 북한과 합의했으며, 공사에 필요한 자재·장비는 남한이 지원했다. 북한은 제방축조, 물길(도수터널), 도수관로에 대한 설계 및 시공을 맡아 용수공급시설을 건설했다.

◇북한현장에 투입되는 각종 자재와 장비는 전부 남한에서 공급한다.

◇북한의 값싼 노동력 매력적=개성공단 조성사업에 참여했던 한 전문건설업체에 따르면 북한의 값싼 노동력이 공사 수행에 있어서 매력적이다. 이 업체는 지난 2004년부터 2016년까지 10년이 넘게 북한에서 관련 사업을 수행한 베테랑으로, 많을 때는 250명에 달하는 북한 근로자와 일을 했다.

통상적으로 전문업체들은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 북한 인력을 신청해 필요한 인력을 채용했다. 인력은 1년 단위의 계약을 통해 고용이 이뤄진다. 2016년 당시 북측 근로자의 월급은 150달러로 현재 환율 기준으로 17만원이 조금 안되는데, 이 금액은 국내시장 용접공의 하루 시중노임단가(16만9201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출입이 통제되기 직전인 2016년에는 북한근로자 75명을 고용해 한달간 현장을 운영하는데 인건비를 약 1000만원 밖에 쓰지 않았다.

◇간접비를 줄이는 것이 관건=값싼 노동력이 모든 건설사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었다. 북한근로자들의 건설기능도와 기초체력 등은 남한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종 노력이 필요했다. 기능도가 오르지 않아 공사기간이 늘어나면 간접비가 순식간에 늘어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개발 사업에 참여했던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6개월에서 1년 가량은 수업료를 낸다는 생각을 가지고 공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망치질부터 배울 정도로 숙련도가 낮은 북한근로자들을 교육시키는데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의사소통이 쉽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이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아 상호 신뢰관계를 쌓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근로자들의 숙련도가 올라가면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공사를 빠르게 끝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장에 투입되는 장비 유지비, 남한인력의 북한 체류비용 등 각종 간접비를 아낄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해야=반대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지 못하면 간접비 상승으로 이어져 건설사들이 힘들어지게 된다. 레미콘 트럭, 지게차, 타워크레인 등 각종 건설기계 장비는 남한에서 일괄 투입하기 때문에 공사 현장에서 작업이 멈추게 되면 업체들에게는 큰 타격이다.

한 전문업체 관계자는 갑자기 장비들이 고장 날 경우를 대비해 기본적인 수리작업을 할 수 있는 기계기술자를 함께 현장에 상주시키면서 만약의 상황에 대비했다. 장비가 멈추면 현장이 멈추고 남측으로부터 고장난 부품이나 새 기계를 들여오는 시간이 모두 돈이기 때문이다.

공사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진 않지만 각종 비품이나 기초 공사자재들이 사라지는 것도 업체들의 고민이었다. 북측 근로자들이 장갑 등의 생필품이나 대못과 같은 물품들을 몰래몰래 집으로 가져가는 바람에 현장에서 못의 개수를 하나하나 관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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