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1년간 다양한 제도 보완을 통해
하도급거래의 불공정관행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공기연장에 따른 하도대 조정 문제와
신종부당특약 금지는 지속 추진될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년간 공정한 시장경쟁이 이뤄지는 경제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불공정 갑질 처벌, 을의 협상력 강화와 같은 경제민주화 국정과제들을 차질 없이 추진해 왔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제활동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하도급 분야에서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불공정관행을 개선하고 “일한 만큼 제대로 된 보상”을 받는 거래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하도급법 및 하위규범을 개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면, 우선 불공정한 하도급 계약의 원인이 되고 있는 전속적 거래구조가 해소될 수 있도록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수급사업자에게 특정 사업자와 거래하도록 강제하거나, 수급사업자의 원가자료 등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거래상대방을 제한해 자신에 대한 거래의존도를 높여 놓거나 수급사업자의 경영정보를 확보해 수급사업자의 협상력의 한계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면, 이후의 계약에서 원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 제시돼도 수급사업자가 이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공정위는 이러한 전속적 거래구조가 불공정 하도급 관행의 근원이라고 보고 이를 금지해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 대한 부당한 예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열위에 있는 수급사업자는 원가변동에 따른 부담이 원사업자보다 클 수밖에 없으므로, 수급사업자의 원가부담을 덜기 위해 종래 ‘원재료의 가격이 변동’ 됐을 때에만 허용되던 수급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조정 요청권을 ‘목적물 등의 공급원가가 변동’ 되기만 해도 가능하도록 허용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최저임금 인상과 같이 원재료 가격 인상 외의 원인으로 인한 공급원가 상승도 수급사업자가 대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수급사업자가 공정위에 직접적으로 신고한 것은 아니지만 공정위의 직권조사에 협조하는 경우 이를 이유로 원사업자가 발주물량 축소, 특별한 사유 없는 거래 중단 등 보복조치를 하는 일이 있어 수급사업자가 공정위 조사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일이 많았고, 원사업자의 불공정행위도 그만큼 적발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관계기관의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수급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원사업자의 행위를 별도의 위법행위로 명시함으로써 앞으로는 부당한 일을 당한 수급사업자가 부담 없이 공정위에 신고하고 그 조사에 협조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보복조치 행위로 수급사업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그 손해액의 최대 3내 이내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수급사업자의 피해구제 수단도 크게 강화했다.

지난 1년간 추진된 이러한 제도개선을 통해 하도급거래의 불공정한 관행이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이 제도들이 시행되는 올해 7월 이후부터는 제도개선의 효과가 현장에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묵은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건설하도급에서 수급사업자의 주된 애로사항으로 꼽히는 공기연장의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이다. 현재는 공기연장으로 수급사업자의 비용이 증가해도 이를 원사업자에게 요구할 근거가 없어 수급사업자가 그 비용을 전부 부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는 공기연장으로 인한 비용증가도 하도급대금 조정신청이 가능하도록 해 수급사업자의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고, 나아가 공기연장으로 원도급대금이 증액된 경우 하도급대금도 증액하도록 하여 수급사업자의 부담을 합리적으로 덜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분쟁 발생 시 계약서의 내용이 분쟁 조정의 출발점이 되므로, 계약이 공정하게 체결될 수 있도록 거래 문화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공정한 계약조건이 명시된 표준하도급계약서를 보다 많이 보급하는 한편, 수급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을 전가하는 특약 유형들을 구체적으로 정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열악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특약조건을 강요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가 보다 성장하고 대·중소기업이 운명공동체처럼 세계시장으로 함께 진출해 나가려면 단순한 규제의 준수를 넘어서 상생협력이 공기와 같이 자연스러운 거래문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관행처럼 굳어진 갑을문화의 개선을 통해 우리 하도급거래 시장에서도 “일한 만큼 제대로 된 보상”을 받는 거래환경이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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