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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건설산업 체질개선에 필요한 ‘10가지 꿈틀거림’

“불경기에는 엎드려 있는 것이
에너지와 재원을 절감할 수 있으나
연명이 목표가 돼선 안 된다
외려 움직여서 살아있음을 입증해야
혁신도, 공격과 방어도 가능하다”

몸을 움직여 운동을 하고 나면 활력과 의욕이 되살아난다. 격한 운동만이 아니라 가벼운 몸놀림의 운동도 마찬가지다. 인간을 포함한 생물은 움직여야 한다. 움직여야 먹거리를 취득할 수 있고, 외부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고, 발전의 힘과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 대회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선수들의 움직임이다. 16강전에서 프랑스 팀이 아르헨티나 팀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19세 청년의 경이로운 움직임 덕분이었다. 축구 경기의 목표는 골을 넣고 골을 막는 것이지만 선수의 움직임이 없이 축구공이 골이 될 수는 없다. 공을 쫓아 선수들이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선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공이 배급된다. 선수가 단독으로 공을 몰고 돌진할 때도 자신이 움직일 방향과 속도에 따라 공을 밀고나가는 것이다. 가장 정적인 바둑 경기조차도 ‘돌’의 움직임이 핵심이다. 

건설 산업은 인류 역사상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으로 나태와 안일한 면을 내포하고 있다. 관급공사에 생명줄을 걸고 있을 때에는 더 그러하다. 모래 구덩이에 먹이가 걸려들 때까지 무조건 기다리는 개미귀신과 같이 매복에 익숙해져 있다. 불경기에는 엎드려 있는 것이 에너지와 재원을 절감하는 자구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허기를 면하는 것만이 인생의 목표일 수 없듯이 건설 산업의 목표가 건설 근로자와 기업의 연명만이 돼서는 안 된다. 살기 위해서 엎드려 있을 수도 있으나 오히려 움직여서 살아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살아있는 움직임이 있어야 공격과 방어가 가능하다.

최근 일부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은 공공공사 비중 축소에 대응하고 민간공사 시장 발굴을 촉진하기 위해 희망적이고 도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업 개발기능을 적극 강화하기도 하고, 발주-기획-설계-시공의 사업 패키지를 공동으로 수행하기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프리콘 Pre-Construction)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불확실성도 크지만 혁신의 기대감도 크다.

혁신은 기존의 방식과 조직을 바꾸거나 포기하거나 새로 도입함으로써 변화의 긍정적 효과를 증대시키려는 전략적 선택과 움직임이다. 모든 기업이 일률적으로 움직여서는 안 되지만 우리 건설 산업은 꿈틀거려야 한다. 

첫째, 사람을 찾아 움직여야 한다. 월급 주고 부릴 사람만이 아니라 대표이사의 능력과 생각을 능가할 수 있는 사람을 모셔야 한다. 불경기에 인건비를 줄여야 하지만, 불경기를 이길 묘책도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직원이 아니더라도 기업 활동과 산업에 기여할 만한 사람을 찾아서 모아야 한다. 정부는 건설산업 전문가 그룹의 조직을 활성화해 인력공급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업계는 기술·기능인력 관리와 육성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부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둘째, 건설 산업은 일을 벌여야 한다. 주택경기 호황기에만 우후죽순으로 한탕주의를 벌일 것이 아니라 경기가 위축될수록 모여서 일을 도모해야 일이 생긴다. 

셋째, 새 것을 찾아 인수합병(M&A)을 적극 이행해야 한다. 산업 전체가 위축되는 시기에는 모두가 제 몫을 챙기려다가는 모두가 배고프게 될 소지가 크다. M&A로 생존한 이후 기업분할이나 재창업의 기회도 가능하다. 

넷째, 다시 일어나야 한다. 건설 산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다. 지방질을 빼고 근육질로 체질 개선이 필요한 산업일 뿐이다. 4차 산업혁명의 결실은 건설 산업의 거푸집과 골격을 필요로 한다. 건설 산업이 다시 움직이지 않으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눈비를 맞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은 허공에 떠다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친구와 더불어 움직여야 한다. 건설 산업은 칸막이 산업으로 낙인 찍혀 있다.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인력과 장비와 재원과 현장 경험을 공유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기업이 부분적으로나마 개별 비용을 산업의 공동 비용으로 전환해 총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움직여야 한다. 

여섯째, 죽은 세포보다 새 세포를 증식시켜야 한다. 기존의 건설 관행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생산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건설 산업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알파콘’(AlphaCon)을 만들어야 한다.

일곱째, 정부에 빚질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정부의 정책 지원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언제까지 공사물량을 정부에 의존할 생각으로 기업 경영을 지속해서는 승산이 없다. 이를테면 전문건설업체가 노후 건물들이나 지역을 찾아다니며 공사 영업을 해 사업을 창출해야 한다.

여덟째, 불나방처럼 돌진해서는 안 된다. 불을 찾아가더라도 주위에서 따뜻함을 누려야지 불을 향해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돈 냄새에 민감할수록 친구와 더불어 다시 일어서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홉째, 먹튀 버릇을 버려야 한다. 건설 공사가 일회성이라고 해서 부실과 불신을 남겨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자책하며 움츠려들지 말아야 한다. 건설 산업의 위축과 과잉 경쟁은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가 직면한 산업 구조적 현안이다. 남들은 건설 산업을 천덕꾸러기로 여길지라도 건설인은 자긍심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건설경제산업학회 회장

김태황 교수  ecothk@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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