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하지만 준비 미흡으로 혼선은 여전하다. 혼선은 건설업에 특히 심하다. 날씨와 현장 환경에 영향을 받는 건설업만의 애로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건설업의 애로점을 덜어주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기를 못 맞추거나 공사비가 늘어날 경우 공기 연장과 계약 금액 조정을 요구하면 허용하기로 부처별 보완책을 마련, 잇달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민간공사도 공기 연장 사유에 ‘근로시간 단축’이 추가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를 개정했으며, 기획재정부는 공공공사 계약에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비용을 반영하도록 ‘공공계약 업무처리 지침’을 시행 중이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발주 공사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건설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계약업무 처리 요령’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단속·처벌을 6개월 유예하고, 근로시간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해당여부 판단 기준 및 사례’를 공개했다.

정부의 이런 조치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건설 현장에서의 혼란과 어수선함이 조기에 불식될 것인가? 대답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결코 이 정도의 보완책으로 상쇄할 수 없는 비용 증대를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부동산 규제 강화로 인한 주택 등 민간 건설시장 위축,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축으로 인한 공공공사 축소, 해외건설 부진 등 산업 환경 변화와 최저임금제 실시로 인한 인건비 상승 등 정책 변경으로 인해 이미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건설업의 경영난을 더 가속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건설 공사비가 평균 4.3%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은 건설업 경영자들의 불안을 대변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37개 건설현장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공사비 증가 폭을 계산한 결과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인력을 증원할 경우 노무비가 평균 8.0% 늘면서 전체 공사비도 평균 4.3%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현장별로는 최대 14.5%까지 늘어나는 곳도 있었다.

정부의 보완책은 ‘평균 4.3%’ 증가된 비용을 보전해주기 위한 것임은 맞다. 그러나 이들 부처별 보완책에 근거해 개별 공사마다 발주자 혹은 원도급자와 일일이 협상을 벌여야 하고, 읍소와 애걸, 사정을 되풀이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현장에서 근로자를 투입하는 하도급 전문건설업체인 것이다.

건산연 조사에서는 또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감소율은 관리직 -13.0%, 기능인력 -8.8%로 근로시간 감소율보다 임금 감소율이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됐고, 신규 인력 채용 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즉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정부가 목표로 삼은, 저녁이 있는 삶과 신규 고용 증가는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자 투성이인 집에 입주한 심정이다. 하나씩 고쳐지겠지만 지금 당장은 비가 새고 벽에 금이 가 곰팡이 냄새가 퀴퀴한 집에 살아야 한다. 제대로 된 건설업자는 절대 이런 집에 사람을 살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유를 당국자들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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