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절기가 시작되면 건설현장에는 평소보다 많은 민원이 들어온다. 동절기보다 주민들의 활동이 일찍 시작되면서 인근 공사현장에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경기도 소재 A전문건설업체도 7월 하절기에 접어들면서 원도급업체로부터 8월까지 오전 2시간 동안 공사를 진행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또 다른 전문업체인 B사도 원청으로부터 비슷한 지시를 받아 이를 이행하고 있다. 구청에 접수된 민원이 있으니 행정처분을 받기 전에 사전에 조치를 취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두 현장 모두 원도급업체의 지시로 공사시간을 단축했지만 이에 대한 비용은 하도급업체들이 지고 있다. 계약당시 ‘모든 민원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을이 진다’라고 설정했던 부당특약이 원인이 됐다.

그러나 건설현장에서 한 달간 공사를 2시간 줄이는 것은 단순한 휴게시간을 늘리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비용이 든다. 축소된 공사시간으로 인해 공사기간이 촉박해져 인력을 더 투입하는 돌관공사 등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도급업체들은 공사 관리를 명목으로 직접 시공을 하지 않고도 하도급업체들 보다 많은 비용을 받아간다. 그러면서 이같은 현장 관리 비용마저 영세한 하도급업체들에게 떠밀고 있다. 이는 상식적으로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정당한 계약에 의한 것이라기 보단 원청이란 위치를 악용해 행한 갑질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부당특약은 말 그대로 부당하게 설정된 특약이다. 공정하지 못한 방식으로 체결된 거래라는 의미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이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도 지난 2월 올해 하반기까지 부당특약을 고시화해 건설현장 등에서 뿌리 뽑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도급업체들도 부당특약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계약시부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부당특약을 빼는 것이 원·하도급 분쟁을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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