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갑’ 코레일 공사감독관의 불법하도급 강요 실태와 문제점

무등록 하도급사는 코레일서 2년간 6차례 수십억 공사 맡아
문제가 생기면 낙찰업체에 과잉 철퇴… 전문건설 속수무책

‘코레일 감독관의 불법하도급 강요 사건’은 건설현장의 슈퍼갑인 발주처의 갑질로 인해 불법까지 저질러야 하는 전문건설업계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다.

불법하도급을 저질렀으면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하고, 공사비를 과다하게 받았다면 토해내야 한다. 시공하자도 시공자가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 사건에 연루된 업체들은 각종 불법‧편법의 내용을 모두 발주기관의 감독관이 배후에서 조종했기 때문에 정상참작이 돼야하는 게 아니냐고 호소하고 있다. 또, 코레일 직원 개인의 일탈이 아닌 발주처가 조직적으로 침묵 또는 방조하는 정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도급업체 추천? 불법하도급 강요?=이들 업체는 “A감독관이 계약체결 후 도면 등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B업자가 경험도 많고 일도 잘한다고 소개해줬다”며 계약체결 직후의 상황을 설명했다.

또 감독관이 공사현장, 단가내역서, 설계도면 등 제대로 된 정보조차 주지 않은 채 공사기간의 30%를 단축하도록 요구했고, 설계도면 등은 준공 후에야 B씨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또한 A감독관이 내부 감사에서 공사비 과지급 문제로 곤란에 빠지자 ‘공사비를 토해내면 불법하도급은 숨겨주겠다’는 식의 흥정 시도도 있었다고 전했다.

즉 A감독관은 업체들이 공사에 참여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공사비를 과지급 받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에 빠지게 만들었으며, 자신이 입지가 불리해지자 업체들이 불법하도급을 벌였다며 책임을 전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업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민사소송에선 이같은 사정을 ‘감독관의 강요’로 판단하지 않았다.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일인가?=이 사건이 A감독관 개인의 일탈로만 볼 수 없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업체들은 B업자와의 계약 직전 A감독관의 상급자가 또 다른 C업체를 추천했다고 증언했다. B업자가 무등록자이고 업역도 채 5년이 안되는데다 하도급금액 비율도 80%대였던 반면, C업체는 건설업 등록을 했고 비교적 업역이 길었으며 하도급비율도 70%대로 낙찰업체들에게 더 유리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A감독관이 추천한 B업자가 실제 시공을 맡았다.

또, B업자는 2013년 6월부터 2년간 8차례에 걸쳐 40억원의 공사를 수행했는데 이 중 6개 공사가 코레일 발주공사였으며,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면서도 다른 코레일 공사를 더 수주했다는 주장도 있다. 무등록업체가 짧은 기간에 수십억원 어치 공사를 수행하는 것을 코레일이 눈감아 준 셈이다.

이런 사정을 보면 낙찰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불법하도급을 한 것이 아니라고 추론할 수 있고, 나아가 코레일 직원들의 불법하도급 강요 내지 업체 추천이 빈번하다고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코레일이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내리면서도 관행과 다르게 업무처리를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통상 발주처가 입찰제한 처분을 내리는데 적어도 1개월 이상의 업무처리 기간이 소요되지만, 코레일은 지난해 말 17일 만에 처분을 내렸다. 심지어 코레일 담당자가 업체에 “회의에 올 필요 없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는 증언도 있다.

또한 업체들이 계약심의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진술했지만 코레일은 그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해 기명날인을 받지 않았다.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계약심의위원을 맡고 있는 한 민간전문가는 “공기업들은 자기 임직원의 비리로 인해 사건이 불거지면 대외적으로 자기들이 엄격하게 업무를 진행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해당업체에 처벌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고 “부정당제재 업무처리기간은 무슨 급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이런 식으론 안 한다”고 말했다.

본지는 사건과 관련된 사실관계 확인과 반론을 듣기 위해 코레일 홍보팀을 통해 수도권서부본부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현재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고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 취재에 응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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