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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 칼럼> 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시티 정책
  • 정순우 매일경제신문 기자
  • 승인 2018.07.23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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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근간이 될 중요한 미래산업이다. 자율주행차, 드론, 인공지능(AI) 등 요소기술을 테스트 및 실현하려면 그에 걸맞은 기반시설을 갖춘 도시가 필요하다. 그러한 도시에서 기술들이 서비스로 실현될 때 우리는 그 도시를 제대로 된 스마트시티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스마트시티는 도시개발과 생활기반시설 조성의 틀을 바꾸는 거대 담론이다. 남들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지금 정부의 스마트시티 정책은 산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부는 올해 초 세종시 5-1생활권과 부산 에코델타시티를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로 지정했다. 이달 16일에는 이들 두 시범도시를 어떻게 조성할지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공개했다. 국토교통부에서 배포한 자료를 보면 두 곳 모두 다양한 신기술을 도입하고 파격적인 규제완화로 벤처기업의 창조적 혁신을 돕겠다고 돼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자료를 보고 또 봐도 그 스마트시티에서 사는 사람의 생활이 어떨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런데 정부는 아직 착공도 안 된 상황에서 3년 후 입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3년 후는 바꿔 말하면 ‘문재인 정부 임기 내’다. 

현재 지정된 스마트시티 시범도시 두 곳의 사업주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수자원공사(K-water)다. 두 곳 모두 공기업이다. 마스터플랜을 민간 전문가가 짜고 시민 의견도 수렴한다는 입장이지만 최종 사업계획은 결국 이들 사업주체가 확정한다.

LH와 K-water의 전문성을 폄하할 의도는 없지만 과연 이들 공기업에게만 독점적으로 규제완화 및 재정지원 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한 의사결정일까. 정부는 민간이 소유한 땅까지 시범도시로 지정할 경우 특혜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공기업이 소유한 땅을 우선 지정했을 것이다. 안전한 선택이다. 하지만 10년 후 이 선택 때문에 대한민국은 스마트시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할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가능해진 터닝포인트로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꼽는다. 스마트폰 이후로 ‘스마트’라는 수식어의 가치가 크게 높아졌으며 스마트시티라는 단어도 스마트폰이 있었기에 생겨날 수 있었다. 만약 스마트폰을 정부 주도로 개발했다면 어땠을까. 성능 면에서 더 뛰어난 제품이 나올 수 있었겠지만 지금처럼 거대한 산업으로 자라나고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플랫폼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스마트시티도 스마트폰과 같다. 인간 삶의 질과 효용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초기엔 정책적 육성이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산업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스마트시티 조성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은 일시적 완화의 대상이 아닌 철폐의 대상이다. 결국엔 모든 사람이 스마트시티에서 쾌적한 인프라를 누리며 살아야 하는데 이런 규제가 살아있다면 스마트시티를 만들때마다 사업자들은 고통받을 것이다.

정부가 시범도시를 지정하기 훨씬 전부터 나름의 스마트시티를 만들겠다며 추진해온 민간사업자들이 꽤 있다. 이들은 지금도 각종 규제와 씨름하고 있다. 한 기업인은 “사업비 지원은 바라지도 않는다. 말도 안되는 규제들만이라도 좀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정순우 매일경제신문 기자  sunuju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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