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가 나서는 까닭은?

건설교통부는 최근 내수경기 침체로 체불임금이 급증하고 있고 특히 건설경기의 위축에 따라 건설근로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 장관이 직접 민원해결에 나섰다. 임금체불과 안전부실로 인한 건설근로자들의 애로를 완화하기 위한 장관 직속의 ‘건설근로자 민원신고센터’가 지난 20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건교부는 앞으로 건설근로자들이 임금체불이나 안전과 관련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신고할 경우, 공공공사는 신고내용을 확인해 관련기관을 통해 즉시 시정토록 조치하고 민간공사는 장관명의로 발주자 및 원도급업체에 협조공문을 발송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한다. 신고내용 확인과정에서 관련 법령 위반사항이 확인될 경우 해당 등록관청에서 시정명령 또는 제재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해진다.

노동계는 건교부가 뒤늦게나마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었다며 일단 환영하고 있다. 사실 건설산업은 중층적 구조와 단기고용의 반복으로 인해 우리사회에서도 근로여건이 가장 열악한 산업부문에 놓여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만성적이고 때로는 악질적인 피해를 당하고 있다. 법 제도에서도 소외된 측면이 크다. 체불임금으로 현장 노동자들이 현장사무실을 점거하고 타워크레인에서 고공시위를 하는 등 극한 투쟁을 감행하고 있는 것은 이들이 법 제도에서 소외돼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일년에 800여명이 건설현장에서 산재로 죽고 1천300여명이 다치고 있는데도 산재의 50%이상은 기본적인 안전시설의 미비로 발생하는 재래형 사고라는 사실 또한 건설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건설현장에는 명백히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다단계 하도급이 다반사이고 장시간 노동, 고용보험 미적용, 퇴직공제보험 미적용 등 각종 불법이 판을 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건교부가 건설노동자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장관직속의 신고센터까지 설치하는 적극성을 보면서 부조리 개선의 기대를 갖지만 한편 큰 의문도 갖게 된다. 체불임금이나 안전 분야는 물론 고용보험이나 퇴직공제 등은 건교부가 직접 관장할 분야가 아니고 노동부 소관 사항이기 때문이다. 엄연히 노동부가 있고 관련법령이 있는데 어째서 건교부가 나서야 하느냐는 의문이다. 결론은 이렇게 나올 것 같다. 건교부가 오버액션의 월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건설노동자들이 건교부에 강력히 요구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소관부처인 노동부는 그간 무엇을 했기에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일까. 노동부는 여기에 답을 해야 한다. 나아가 건설현장의 체불이나 안전문제를 해결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다면 이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 노동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건설노동자들의 피해가 그만큼 커진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우리는 노동부의 무능을 탓하면서도 건교부의 무모함을 함께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부처간 소관업무 범위가 명백한데 과연 언제까지 민원센터를 통한 문제해결을 지속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모양이 좋지 않을뿐더러 분명 한계에 부딪힐 것이 뻔하지 않겠는가. 신고가 들어올때마다 발주기관에 연락해서 은근히 압력을 가하는 식의 해결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제대로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노동부와 협의해 이들 업무를 가져오던지 합동센터를 운영하던지 간에 합리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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