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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부당한 예가삭감·저가낙찰’ 처벌이 공정거래 출발점

“현재 공공공사 사업장의
공사비와 공사구조로는
공정거래가 보편화될 수 없다
발주자 역할과 책임을 추가해
국계법을 개정해야 한다”

얼마 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건설공사 거래제도에 대한 소신을 읽었다. 공공공사에서 원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실효적으로 억제하겠다는 취지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공정위는 불공정 행위를 실효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거래당사자 혹은 제3자를 통해 고발된 원사업자는 공공공사업장에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로 퇴출하겠다는 취지로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7월16일자에 입법예고했다. 공정거래 활성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필자의 상식으로 두 가지 이해할 수 없는 모순점을 보게 된다.

첫째는 원사업자와 하도급자 사이를 ‘갑·을’ 수직체계로 고정시켜 놓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원사업자=강자’, ‘하도급자=약자’라는 고정된 시각이다. 상식적으로 원도급과 하도급은 민간거래가 분명한데 법이 왜 이렇게까지 깊게 관여하게 됐는지와 함께 공공공사 거래는 ‘발주자→원도급자→하도급자’ 구조가 기본인데 왜 발주자의 역할을 제외했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대상은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하거나 혹은 삭감한 경우다. 발주자가 계약금액을 부당하게 결정하거나 혹은 예정가격을 삭감한 부당한 행위는 왜 공정위의 소관 밖인지 알 수 없다.

둘째는 국가계약법의 불공정행위는 왜 그대로 두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국계법은 원가산정방식을 강제화 시켜 놓았다. 원가는 직접비와 일반관리비로 구성돼 있다. 일반관리비는 공사에 투입되는 직접비의 6%로 계상하도록 해 놓았다. 여기에다 15%의 이윤까지 고려해 발주예정가격이 산출되도록 만들어 놓았다. 문제는 저가입찰을 통해 예정가격 대비 20~30% 삭감을 당연시 한다. 공공발주자가 예정가격을 부당하게 삭감하거나 저가입찰을 통해 공사비를 삭감한 부당행위는 공정위의 눈에는 정당한 거래로 보이는지에 대한 모순이다.

필자가 이해하는 공정거래 상식은 거래당사자간 손익을 공유하는 것이다. 발주자가 지급하지 않는 대가를 하도급자에게만 지급하도록 강제한 것은 상식과 거리가 멀다. 국계법의 원가산정 기준에 일요휴무제, 주 52시간제, 적정임금제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당연히 발주자가 법에 없는 대금을 지불할 근거나 명분이 없다. 법과 제도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발생한 추가비용 지급을 기피하는 행위를 어떤 이유로 공정거래라고 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공공공사에서 발주자가 원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일반관리비는 공사가 실행되지 않으면 집행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장사무소 유지에는 일반관리비가 발생한다. 발주자 귀책사유로 공기가 늘어나는 경우에도 현장사무소는 유지돼야 한다. 직접비가 발생하지 않으면 직접비와 일반관리비 사이에 간격이 벌어진다. 일반관리비가 발생하지 않으면 이윤도 없다. 간격만큼 손실이다. 발생하지 않은 추가비용을 지불할 근거가 기존의 국계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정당한 거래는 거래당사자 간에 호혜원칙이 지켜졌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 보편적인 상식이다. 거래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 손실과 이익을 따로 챙길 경우 불법·편법 행위가 발생된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방식이다. 국내 공공공사 사업장의 공사비와 생산구조는 공정거래가 보편화될 수 없는 구조다. 공사비는 낮고 생산체계는 손실을 아래로 전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모든 문제에는 원인이 있다. 정부나 공정위가 우려하고 있는 공공공사 불공정거래의 출발점은 이윤 독점이 아닌 손실 전가에 있다. 불공정거래의 근원지는 낮은 공사비와 더 낮은 낙찰금액에 있다. 이런 현실을 방치한 채라면 더 많은 불법거래 혹은 불공정거래는 사라지지 않는다. 

공정위가 공공공사 사업장에 불공정거래 행위를 종식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면 문제 발생의 근원을 제거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부당한 발주예정가격 삭감과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저가낙찰 행위를 처벌하는 데서 출발할 것을 제언하고 싶다. 부당한 행위를 거래구조에서 중간만을 대상으로 하는 입법예고에 발주자의 역할과 책임을 추가시켜야 한다. 공정위가 국계법 개정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할 것을 권고해야 한다. 공정위 혹은 위원장이 가진 기존의 인식으로는 편법과 불법만을 양산시켜 결과적으로 건설의 이미지만 실추시키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도급자가 약자라고 하지만 제 값을 받지 못한 원도급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없는 게 우리의 인지상정이다. 적대적 관계로는 원도급자 및 하도급자 모두 더 이상 거래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것도 알고 있다. 공정거래의 본질은 당사자 간 호혜원칙으로 상생하자는데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거래제도는 불공정이라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 편법과 불법, 적대적 환경만 조성하게 된다. 공정거래는 누구의 손실이 아닌 이익이 공유되는 환경이 만들어질 때 가능하다는 것을 상식으로 알고 있다.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교수

이복남 교수  bnlee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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