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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 칼럼> 더 커지는 ‘지역간 자산불균형’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 승인 2018.07.30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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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은 웃픈(웃기면서 슬픈) 사연 하나. 울산에 있는 모 교수가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이직을 했다. 다들 “축하한다”며 말을 건넸는데 정작 당사자는 좀 시큰둥하더란다. 왜 그런가 물어봤더니 집 때문이었다. 울산의 50평대 집을 5억원에 팔았는데 서울에서는 7억원을 더 보태야 30평대 아파트를 사겠더란다. 교수 월급으로는 엄두가 안 나는 액수인데, 그나마 집 크기도 줄어들고 보니 괜히 우울해졌다고 한다. 

그의 말은 엄살이 아니다. KB국민은행 시세자료를 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7억3170만원, 울산은 2억4983만원이다. 2.9배 차이로 대략 울산 아파트 3채를 팔아야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 울산 아파트를 팔아서는 서울 전세도 못 들어간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는 4억5000만원이다. 울산 집 팔고도 2억1000만원을 더 빌려야 한다. 산술적으로는 울산 집 두 채 팔면 서울 전세를 간신히 얻을 수 있다.

혹시 오류가 있을 수 있어 ㎡당 가격으로도 살펴봤다. 서울은 849만원. 울산 302만원이다. 역시 2.8배 차이다. 혹시 울산이라 집값이 싼 것일까? 인천을 포함한 6개 광역시 아파트 ㎡당 평균가격은 317만원이다. 울산과 크게 차이가 없다. 

아파트 가격이 벌어져도 너무 벌어졌다. 지금 정도라면 비수도권에서는 아무리 좋은 직장을 가지고, 열심히 돈을 모아도 서울 사람들의 자산을 따라잡을 수 없다. 서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자산 가격이 계속 불어나고 있다. 지방 집값이 찔끔 뛸 때 서울집값은 성큼 뛴다.

그래서 정부가 서울 집값,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나섰는데 결과는 그다지 신통해 보이지 않는다. 각종 규제를 씌워서 서울 집값이 폭등하는 것을 막았다 싶으니까 이젠 비수도권 집값이 비틀거린다. 비수도권은 미분양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의 매매가격은 0.38% 뛰었지만 6개 광역시는 0.05% 상승하는데 그쳤다. 상승률로만 보면 7배가 넘는다. 

그렇다고 정부의 탓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똘똘한 한 채’ 효과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그대로 놔뒀다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집값 차이가 줄어들었을까? 자신할 수 없다. 오히려 더 확대됐을 수도 있다. 부동산정책만으로는 백약이 무효다.

정부는 소득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자산불균형을 이렇게 방치해서는 소득주도성장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 기대하기 힘들다. 자산은 언젠가 소득으로 환원된다. 두 사람의 노후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살았느냐로 평생의 자산 가격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면 일할 맛이 생기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는 정부도 한번쯤 비수도권의 상황을 챙겨볼 때가 됐다. 지방 집값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라는 얘기가 아니다.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신들메(벗겨지지 않도록 신을 발에다 동여매는 끈)를 다시 고쳐 매달라는 얘기다. 비수도권은 산업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만 보고 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내년도 예산이다. 정부는 지금 내년도 예산안을 짜고 있다. 다음달 말에 공개될 내년 예산에는 비수도권 주민들의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 수 있는 고민이 많이 담기기를 바란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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