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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폭염이 가져올 ‘집짓는 기술의 변화’

“폭염은 집 형태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하고 있다
대체에너지 생산장치 설치와
에너지 효율성을 감안한
내부구조의 변화도 중요해졌다
패시브 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는 것도 그런 탓이다”

늘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일을 두고 ‘버릇’이라 부른다. 그래서 버릇은 바뀌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버릇을 긴 세월 안에 위치시키면 사뭇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버릇은 좀체 감지되지 않으나 조금씩 변화하는 존재다. 세 살 버릇이 여든을 가되 조금씩 차이를 내며 반복되는 꼴을 갖고 있다. 최근 텔레비전 화면에 집 떠나 사는 가족들의 삶을 모니터링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짐이 그 예다. 가족에 대한 애틋함의 버릇은 여전하다. 그러나 가족을 대하는 버릇에서 변화가 생겨 직접 관찰하는 대신 모니터링하는 편으로 옮겨 가고 있다. 버릇을 ‘차이 나는 반복 행동’이라 고쳐 부를 수도 있다.

개인을 넘어 사회도 버릇을 지닌다. 사회적 버릇을 제도라 부른다. 버릇이 바뀌듯 사회적 버릇인 제도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습을 조금씩 달리한다. 전기 요금 제도를 예로 들어보자. 요금 제도에 따라 우리는 늘 버릇처럼 정해진 대금을 지불한다. 하지만 올 여름의 폭염 탓에 그 버릇에 변화가 생겼다. 자연 재해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에어컨에 대한 태도도 바뀌고, 전기 요금에 대한 지식과 대응 자세도 바뀌었다. 온 사회가 나서서 사회적 버릇이었던 전기 요금 제도를 새삼 곱씹으며 그를 사회적 복지 문제로 상정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사람 사는 집도 버릇에 해당한다. 집이 없으면 살 수 없으니 버릇이고, 대부분의 집은 비슷한 꼴을 갖추고 있어 버릇이라 부를 수 있다. 그런데 집은 버릇과 관련해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집(Habitat)이란 말 자체는 버릇(Habit)과 같은 어원을 지닌다. 잠을 자야 하니 침실이 있고, 규칙적 생리현상이 있으니 화장실이 있고, 가족이 함께 식사해야 하니 식탁 공간이 있다. 집에서 벌어지는 일은 늘 버릇스럽고 그에 맞추어 집이 구조화되고 비슷한 행동이 반복된다. 그래서 집 구조는 크나 작으나 늘 비슷비슷하다.

버릇과 같은 꼴을 하고 있는 집들도 변화를 맞닥뜨리게 된다. 세월의 무게를 못 이겨 생긴 마모를 손질하는 수선으로 인한 변화가 있으나 그보다는 바깥 조건의 변화에 따라 손질을 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집안을 사는 거주자의 상상의 변화에 따라 집에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집짓는 기술의 변화가 전에 없는 모습을 집에 부여하기도 한다. 치수 기술의 예를 들 수 있다. 치수 기술이 발전하면 지하 공간에 대한 상상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고 그로 인해 많은 집에 멋진 지하 공간을 선사하게 된다. 집이야말로 차이나는 반복을 거듭하는 우리 일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실례다.

재난으로까지 이름 붙여진 이번 여름은 집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상상하고 언급케 했다. 폭염의 여름을 맞으며 집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그에 따라 앞으로 집의 형태도 바뀔 것은 뻔하다. 에어컨으로 식힌 집안의 온도가 일정 상태로 유지되도록 집을 만드는 일은 당연한 과제다. 에어컨 사용으로 증가될 에너지 소모를 보완할 대체에너지 생산 장치를 집에 장착하는 일 또한 필수적인 일이 돼 버렸다.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되 에너지 효율적이기 위해선 효율성을 감안한 내부 구조의 변화도 중요해졌다.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는 것도 그런 탓이다.

길고 지루한 폭염 속 긴 여름은 특히 건설계로선 교훈을 한 바구니 선사받는 특별한 사건이기도 했다. 일상의 변화에 민감해지는 일이 건설하는데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배울 수 있었다. 평균 온도 1도의 증가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그에 대응하며 버릇을 바꾸어 내는 일에는 온 사회가 다 나서야 하고 건설계도 그에 동참해야 함을 익혔다. 에어컨이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라니 그를 움직일 에너지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생산 관리 배분해야 할지는 중요 사회 의제로 우뚝 서 버렸고 그에 건설계가 큰 역할을 해야 함을 사명으로 품게 됐다. 사회적 의제는 곧 엄청난 크기의 건설적 의제다. 그리고 앞으로 더 더워질 긴 여름을 나야 하는 시민의 개인 복지 의제이기도 하다. 

건설하는 일은 일상에서의 버릇 변화를 감지하기에 부지런을 떨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서 지금 건설하는 일의 의미를 더 사회친화적이며 인간 일상친화적인 것으로 다듬어 낼 필요가 있다. 건설하기가 아니라 새로운 복지하기로, 집짓기는 새로운 버릇 짓기로.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원용진 교수  yongjin@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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