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현장관리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혹여라도 우리 현장에서 사고가 날까봐 올해는 여름휴가도 가을로 미루고 현장관리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최근 건설현장에서 만난 경기도 소재 전문건설업체 상무가 이같은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문건설업체들이 근로자 못지않게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전문건설업체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동시에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공사기간을 맞추기 더 힘들어졌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7월부터 탄력근무제 등을 적용해 공사현장을 근근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폭염까지 겹치면서 일하는 시간이 더욱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최근 공공공사에 대해서는 폭염으로 인한 공기일정과 추가비용을 보전해주겠다고 밝혔지만 문제는 민간공사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폭염이 법적으로 계약금을 증액하거나 설계변경을 할 수 있는 사유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근로자들의 안전이 보장될 것이란 기대를 하긴 힘들다.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영세 전문건설업체들의 비용부담이 늘어날수록 근로자들의 처우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하도급업체와 근로자들은 재난 수준의 폭염에서도 돈 때문에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처지다.

그렇다고 나서서 비용을 보전해 주겠다는 민간 발주기관이나 종합건설업체들도 없다. 자신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면서까지 을을 도울 갑은 없기 때문이다.

남은 답은 정부밖에 없다. 재난수준의 폭염을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수단을 따지지 않고 건산법 등 관련법들을 뜯어고쳐야 한다. 민간공사는 분명 사적 영역이지만 폭염은 공동의 문제인 만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하도급업체들에게 떠밀고 건설현장이 안전하길 바라는 것은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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