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서울의 한 커피숍. 지인을 만나던 중 옆 테이블서 나누던 부동산 이야기가 귀에 쏙 들어왔다. 내용은 대략 “(서울) 마곡 집값이 엄청 올랐고 계속 오르고 있다. 마곡이 그 정도니 강남은 오죽하지. 집값이 이렇게 계속 오르는데 사람들이 시세 차익을 노리고 (서울에) 투자를 안 하면 바보지” 이런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들은 시점은 정부 스스로 ‘최강’ 대책이라고 자평했던 8·2 부동산대책 시행 1년이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건축 규제 등 강력한 규제를 총동원한 8·2대책은 강남과 서울 집값의 대세 상승을 억제하지 못해 사실상 실패했다. 정부 대책 발표 후 지난 1년간 서울 아파트 값은 8.7% 올랐다. 강남구와 요즘 떠오르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9개구는 10% 넘게 상승했다. 보다 못한 정부가 이달 초부터 집값을 잡겠다고 중개업소 단속에 나서는 등 전방위적인 단속과 조사로 시장을 압박하고 있지만 상승세가 쉬이 꺾일 분위기는 아니다.

최종 타깃은 서울과 강남이었는데 애먼 지방시장만 잡으면서 정부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국토부의 엘리트 관료들이 1년 전 머리를 쥐어짜내며 고심해 만든 정부 대책이 허술한 걸까. 그렇게 평가하기에는 망아지처럼 뛰는 서울 집값을 설명하기에 무언가 부족해 보인다. 8·2 대책은 대출, 세제, 재건축 규제 등 일순간에 뚝딱 이뤄질 수 없는 주택 공급을 제외하면 정부로서는 가용한 대책을 모조리 다 쓸어 담은 정교한 대책이었다.

분명 제도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이 현상을 설명하는데 더해져야 한다. 그것은 아마도 서울 집값의 신속한 회복력과 집값 상승에 대한 맹신에 가까운 믿음이 이유가 아닐까 싶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의 집값과 마찬가지로 서울과 강남 집값도 하락했지만 4년 후 회복됐다. 1929년 대공황 이후 거의 80년 만의 대공황 여파를 대한민국 부동산은 단 4년 만에 거뜬히 이겨냈다.

부동산시장을 오랫동안 지켜보다 보니 부동산시장의 성패는 규제와 믿음의 시소게임 결과와 같다고 생각한다. 8·2 대책(규제)의 약발이 안 먹힌 건 아니지만 ‘서울 집값은 상승할 거야’라는 믿음이 규제의 약발을 압도하면서 현재 부동산 시세가 형성됐다고 본다. 

노무현 정부 때도 그랬다. 부풀어질 대로 부풀어진 시장의 거품을 터뜨린 건 하루가 멀다 하고 정부가 쏟아낸 규제가 아니었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미국의 집값이 급락하기 시작했고 1년 정도 지나 그 충격이 국내 시장에 상륙하자 그제서야 ‘서울 집값이 떨어진다’는 집단적 믿음이 발동하면서 시장이 냉각기(엄밀히 말하면 안정기)로 접어들었다.

‘서울 집값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오를 거야’. 언제까지 이 믿음이 유효할지 참 궁금하다. 지인들의 삶을 보면 체감 경기는 지난해 말부터 L자형 장기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 같은데 부동산시장은 L자를 거꾸로 뒤집은 것 같은 형세다. 공적인 관심은 이렇지만, 사적으로는 인천 청라에서 언제 서울로 옮기는 게 최적기인지 고민한다. 여동생에게는 올해 성수동 집 매입을 권유해 이뤄졌다. 시장의 공적 방향성에 대한 고민과 사적 이익 추구 행위가 정반대인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서울 집값이 떨어지려면 아직도 멀었구나’라는 믿음이 더 신실해진다. 

아~. 모순된 시장이여, 모순된 자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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