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 대한민국 내 수많은 집들이 초가지붕을 벗어던졌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당시 정부는 지붕의 색깔과 지붕의모양은 국민의 자율적 선택에 맡겼다. 그 결과 지붕의 색은 일관성 없이 집마다 제각각의 색을 띄었고, 심지어 짓다 만 것처럼 지붕이 없는 슬라브집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독일의 아우토반(제한속도 없는 고속도로)을 보고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을지 몰라도 독일의 아름다운 지붕을 볼 수 있는 안목까지는 없었던 것 같다.

지붕은 건축미의 90%를 차지한다. 이에 도시외관의 조화와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것이 지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일한 지붕의 색이 모여서 아름다운 도시의 색을 만든다. 물론, 각 도시마다 어떠한 색을 선택할지는 다양한 실험이 있을 수 있고, 국민의 선호도에 따라 자연스레 하나의 색으로 수렴될 수도 있을 것이다. 통일된 지붕색이 더욱 아름다운 경치와 아름다운 사진을 연출하는 이유는 꽃이 군락으로 이루면서 피어있을 때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것과 같다.

이제는 지붕이 없는 슬라브 옥상의 건물을 규제할 때가 됐다. 시간이 갈수록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흉물스러운 건물이 아닌, 고풍스러움이 더해져 문화재가 될 수 있는 아름다운 건물을 지어야 한다.

물론 민간 건축물은 신축은커녕 노후건축물에 대한 보수·보강조차도 사실상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해당 건축물에 거주하는 사람이 아닌, 지분을 가진 사업주들이 유지관리·개발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 의원은 우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이후 사업을 점차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국내 건축물의 패러다임 변화에 앞서 건설인들의 기술력이 먼저 뒷받침 돼야 할 것이다. 정형화된 성냥갑 모양의 건축물을 짓던 기술력으로는 현재의 복잡한 건축물을 시공하기엔 무리가 있다.

설계단계서부터 시공까지 전 단계에 걸쳐 공정이 복잡해지고, 또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공사비 상승은 불가피하다. 이때 저예산, 고효율을 추구하며 공사비를 아끼다 보면, 결국 결과물은 닭장과 같은 모양새에 항상 부실시공 의혹을 잔뜩 간직한 건축물일 수밖에 없다.

또 세월이 갈수록 고풍스러워지는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벽돌 건물이나, 기계가 아니라 장인이 정으로 가공한 석재를 벽돌 쌓듯이 쌓아서 짓는 석조 건물을 많이 지어야 한다. 종잇장 같이 얇게 기계로 잘라 모두 다 동일한 크기의 돌이나 타일, 화학적 소재를 외벽에 붙여 만들어낸 건물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고풍스러움을 풍기지 못한다.

문화도시는 품격과 건축미까지 고려해 ‘하나를 짓더라도 제대로 짓자’는 원칙을 지킬 때 완성된다. 의식과 문화가 반듯해지면 그만큼 강대국과의 외교도 대등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아예 터무니없는 생각에 불과한 것일까?

도심 내 녹지 조성도 이같은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린벨트 보전 정책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를 꼽으라면 한국과 영국을 들 수 있다. 영국은 국유화 정책으로, 한국은 강력한 규제 정책을 통해 성공했다. 하지만 두고두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캠퍼스와 자로 긋듯 강력한 규제로 그린벨트 보전에 성공한 그 정신으로, 세계에서 손꼽을 만한 규모의 공원 부지는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한강변에 대규모 공원 부지를 확보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제는 우리가 모두 함께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 할 때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토교통위, 충남 천안시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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