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 ‘운곡습지’

곳곳 고인돌… 860종 생물 서식
잠시 문명 잊고 먼 과거로 여행

전북 고창군에 위치한 운곡습지. 서해안고속도로 고창 IC에서 자동차로 약 8분이면 만날 수 있다. 길게 뻗은 4차선 고속도로에서 상상할 수 없던 호젓한 숲길과 원시 비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멸종 위기에 처한 수달과 삵이 갈대숲을 헤쳐 물고기를 잡거나, 배설물로 이곳이 터전임을 알린다. 총 860여종에 이르는 생물이 서식하며 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된 운곡습지는 자연의 무한 회복 탄력성을 보여주는 우수 사례다.

이제 운곡습지 탐방에 나서보자. 탐방안내소를 기점으로 출발하는데, 고인돌유적지 탐방안내소에서 1·3코스가, 친환경주차장에서 2·4코스가 시작된다. 1코스(3.6km, 왕복 1시간 40분 소요)는 탐방안내소에서 운곡습지생태연못, 생태둠벙을 거쳐 운곡람사르습지생태공원까지 이어진다. 거리가 가장 짧아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코스다. 초입에 있는 고창고인돌군은 모르면 지나치기 쉽다. 고창 지역의 고인돌은 185개 군집에 1600여 기가 확인되는데, 운곡습지 1코스 초입의 오베이골(오방골의 전라도 사투리) 주변은 고인돌 최대 집중 분포지다. 너른 들판에 바둑판식 53기, 탁자식과 바둑판식 중간 형태인 지상석곽식 20기 등 고인돌 128기가 흩어져 있다.

본격적인 습지 탐방은 습지 보호용 신발 털이개에 신발을 털면서 시작된다. 혹여 신발에 묻은 생태 교란 외래종 식물이 습지 안으로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습지 탐방로는 한 사람이 지나갈 너비의 나무 데크로 조성됐다. 발판 또한 일정한 간격으로 벌어져 데크 아래 식물이 햇볕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고 인위적 간섭을 막기 위함인데, 다시 찾아온 자연과 상생하기 위한 노력이 만만치 않다.

2코스는 운곡저수지를 따라 한 바퀴 둘러보는 구간으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저수지 동쪽과 서쪽 조류관찰대에서 철새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3코스는 회암봉과 옥녀봉, 호암봉을 거쳐 운곡서원으로 이어진다. 운곡서원에서 탐방안내소까지 도보로 빠져나와야 하기 때문에 5시간 정도 걸린다.

현재 네 코스가 모두 만나는 지점에 운곡람사르습지생태공원이 조성 중이다. 생태공원에서 오른쪽으로 5분 정도 걸으면 동양 최대 고인돌을 만난다. 덮개돌 둘레 16m, 높이 5m, 무게 300t으로 추청되는 고인돌 앞에 서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어쩌면 운곡습지는 사람이 빼앗긴 땅이 아니라, 자연이 내민 화해의 손길인지도 모른다.

인근 고창고인돌박물관은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과 고인돌을 이해하는 장이다. 청동기시대 각종 유물과 생활상을 알기 쉽게 전시해 고인돌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고창고인돌박물관에서 5.7km 떨어진 고창읍성도 함께 둘러보자. 봄날 철쭉 길과 답성 놀이 등으로 알려졌지만, 소나무와 어우러진 맹종죽을 놓칠 수 없다. 구불구불하게 자란 소나무 가지가 맹종죽을 껴안은 듯한 형상이 신비롭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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