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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대기업에 국한해야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국민성에
공정위 전속고발권이 없어지면
공정거래 관련 작은 위반혐의도
검찰로 향할 것이다
국회논의서 부작용을 막으려면
대상을 대기업에 한정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에 전속고발제 일부 폐지를 포함해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1980년 법 제정시부터 도입돼 있던 전속고발제도가 일단 ‘경성담합’(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에 대해 38년 만에 폐지될 예정이다.

공정거래법은 미국의 셔먼법, 클레이튼법 등을 모태로 우리나라에 도입된 법이지만 경제활동이 바로 형사사건화 될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일본 독점금지법을 참고해 전속고발제도를 규정한 제도다. 그런데 경제규모가 커지고 갈수록 시장경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행해지는 반시장적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요구가 점증하였으나 위에서 언급한 공정거래법의 정신이나 행정기관으로서의 공정거래위원회의 성격으로 인해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 형사고발이 적극적으로 행해지지 않은 측면은 부인할 수 없었다.

검찰은 수사권행사의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공정거래법 시행 초기부터 전속고발제도에 대해 불만이 많았고, 이후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법개정시마다 개정사안이 아님에도 폐지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 왔었다.

필자는 공정거래위원회 재직시 이러한 여러 사정들을 감안해 절충안으로 공정위 직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압수·수색권이 없는 공정위 조사로는 법위반 적발이 쉽지 않고 혐의를 밝히는 데도 시일이 너무 지체돼 신속히 반시장적 행위에 대응하는 것이 느리다. 그렇다고 조직·인력이 무한정 늘어날 수도 없는 처지이고, 다른 한편으로 검찰의 불만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될 경우 공정위가 검찰의 지휘를 받게 된다는 내부 반발에 부딪혀 도입되지 못했다. 

이번 전속고발권 폐지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검찰의 승리라느니, 공정위 기능이 사실상 검찰로 이관될 것이라는 등으로 보도를 하고 있다.

표시광고법, 유통3법(가맹-유통-대리점거래), 하도급법(기술유용)상의 전속고발권도 예정대로 폐지될 경우 언론의 보도는 예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 법률들과 관련이 안 되는 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표시 또는 광고 안하는 기업이 없지 않은가.

공정위는 정책을 다루기도 하지만 법집행 기능이 강하고 어쩌면 이 기능이 중심이 돼야 하는 정부기관이다. 정부조직법이 아니라 공정거래법에 의해 탄생된 행정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법집행 기능 상당수가 검찰과 지자체로 이관되면 정책 수립시 이들 기관의 도움 없이는 미래지향적이고 생동감 있는 시장친화적 공정거래정책 수립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 공정위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중앙부처가 아닌 외청이라도 좋으니 전직하겠다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또 대기업들의 담합, 갑질에 대해 형사처벌을 통해 철저히 근절시켜야 함에도 공정위가 고발에 미온적이었다는 비판에 대한 해결책의 일환으로 전속고발제가 폐지 수순으로 가고 있는데,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건 아닌지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실제 중소기업들 중 전속고발권 폐지에 찬성하는 의견은 24.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정위 피신고인 중 중소·중견기업 비율이 84%에 달한다. 향후 이들 중소·중견기업들이 수사선상에 오르게 될 우려도 높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것으로 유명한 국가다. 모든 분쟁을 형사사건화 시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한 국민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국민성에다 전속고발권까지 폐지가 되면 거래상대방은 물론 경쟁사, 내부직원, 시민단체 등은 공정거래 관련 법률위반 혐의가 조금만 있어도 검찰로, 검찰로 향할 것이다. 고소만 들어오면 수사기관은 의무적으로 수사를 개시해야 한다.

최근에 전문건설업체들이 공동주택 균열보수 및 재도장공사 입찰과 관련해 담합한 건으로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이들 전문건설업체들은 기껏 직원들이 10여명 내외로 하도급이나 받아서 운영하다가 ‘생계형 담합’을 저지른 것에 불과하다. 이런 경우까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

이에 전속고발권은 대기업, 일부 중견기업의 법위반행위에 한해 폐지되는 것이 옳다. 대상만 한정이 된다면 하도급법에서도 기술유용에만 국한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이제 공은 정부를 떠나 국회로 넘어갔다. 모쪼록 국회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개선해 중소기업이 보호를 받고 성장수익의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으로 살펴봐 주길 바란다.

공정거래 관련 법률상의 전속고발권제도를 경제주체 모두를 대상으로 일반적이고 보편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핀포인트(Pinpoint)방식으로 논의해주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중소기업 관련 단체들도 발벗고 나서야 할 때다.

황보윤 변호사  law-keep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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