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급업체들의 악질적인 갑질인 부당특약을 예방하고 처벌하기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특약 고시화’ 작업이 늦어져 하도급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당특약 고시화 작업이 늦어진다고 해서 설마 갑질이 늘어나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공정위는 지난 2014년 2월 하도급법을 개정하고 원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수급사업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전가시키는 부당특약이 만연해 이를 막기 위한 부당특약금지제도를 도입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제3조의4는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계약조건을 설정해서는 아니 된다’며 부당특약 유형을 대략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하도급법 시행령 제6조의2는 부당한 특약 유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적고 있다.

부당특약 금지제도가 도입되면서 그동안 온갖 갑질을 일삼던 악덕 원도급업체의 불공정행위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를 했었고 실제 현장에서 주춤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공정행위를 막을 최선의 제도가 도입됐다고 해서 이에 물러설 종합건설업체들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제도가 나올 때마다 각종 법률자문까지 받아가며 제도의 미흡한 부분을 뚫고 더욱 대범하고 지능적인 새로운 수법이 등장해 하도급업체를 괴롭히고 있다.

최근에는 기가 막히게도 일부업체의 경우 현장설명회에서 보란 듯이 부당특약 사항을 안내하고, 이를 계약서에 버젓이 적용하는 사례까지 발생해 부당특약 금지제도가 사실상 사문화돼 버린 것 아니냐는 느낌이 들게 할 정도다.

그래서 공정위가 다시 나선 것이다.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다양해지는  새로운 유형의 부당특약으로부터 수급사업자의 피해구제를 위해 시행령에 위임된 부당특약 금지 고시를 마련키로 한 것이다.

그런데 고시화 작업이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어 피해업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건설하도급 공정거래 체감도 조사’ 보고서에서도 부당특약에 대한 체감도 점수는 60.8점으로 8개 조사대상중 7위로 낮았고 전년 조사와 비교해서도 0.2점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불공정 요인으로 나타났다.

경제검찰인 공정위에 쏠리는 시선과 기대가 많은 만큼 역할과 할일도 많음은 십분이해한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교묘하게 나쁜 쪽으로 진화하는 원도급업체들의 수법을 견디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하도급업체들의 아픈 현실을 감안해 부당특약 고시화 작업에 속도를 내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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