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듯이 뛴 부동산 가격으로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2005~2007년 부동산 거품 최정점기 때는 부산에 살고 있어 당시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무주택자들의 엄청난 박탈감과 허무감을 솔직히 공감하지 못했었다. 주변에서는 희비가 엇갈리는 사례들이 넘쳐난다. 

서울 강서구에 2년 반 전 집을 산 친구. 집값의 60%인 3억원을 대출받아 아파트를 구입해 초창기에는 월 100만원이 넘는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며 힘들어했다. 최근 만난 친구의 아파트값은 1년6개월 만에 호가로 3억원이 올라 8억원이라고 한다. 싱글벙글하는 친구와 달리 회사 후배는 연일 남편과 부부싸움 중이다. 2년 전 집을 구입하자고 권유했을 때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대꾸했던 게 원죄다. 

20억원에 육박하는 강남구 아파트를 보유한 지인은 아파트값이 올라도 세금 걱정부터 먼저 꺼낸다. 집값에 비례해 급등해 버린 전세보증금 지급 여력이 안 돼 강남 집에는 들어가지도 못하는데 공시지가 현실화와 공정시장거래가액 비율의 점진적 인상이 단행되면 지인에게는 세금 인상만 남아서다.

인천에 집이 있어 서울의 부동산 과열 현상을 좀 더 객관적인 관점에서 조망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우선 집값 폭등과 대대적인 규제 세례, 저금리에 기초한 풍부한 유동자금의 부동산 쏠림현상 등 상당수 측면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과 닮아 있다. 

부동산 거품 붕괴 우려가 고개를 들었고 공교롭게도 올해가 10년 주기설에 맞아떨어진다. 1997년 12월 IMF 사태, 2008년 9월 ‘탐욕 금융’의 종말이 시작된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은 냉동기를 맞았었다. 

아파트 가격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전용면적 기준 3.3㎡당 1억원에 팔린 강남 아파트 기사가 나오고, 웬만한 중소형 강남3구 아파트가 15억~20억원 사이에 거래되는 걸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연 3%를 밑도는 저성장과 쪼그라든 가처분소득을 감안하면 집값 상승 확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투자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건 보수 언론들의 ‘세금폭탄’ 프레임이 거의 먹혀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민들이 종합부동산세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세금 폭탄’ 프레임에 말려들면서 노무현 정부의 지지율 하락을 재촉했었다. 현 정권에서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종부세 부과 대상이 상위 1~2% 계층이며 실제 세금 납부액 증가가 대수롭지 않다는 걸 꿰뚫고 있다.

미국과의 금리는 갈수록 벌어질 텐데, 가계부채는 이미 1500조원을 넘어섰고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다.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인상하자니 활력을 잃은 경제를 부관참시하는 것과 다름없고, 현 기준금리를 유지하자니 요동치는 부동산 시장의 방관자가 되고. 어쩌면 이미 한국은행은 금리 샌드위치에 갇힌 신세인지도 모른다. 

금리인상발 부동산 침체시기를 정확히 짚을 순 없지만 전문가와 전문기관들의 경고는 그 시기가 멀지 않았다고 반복적으로 외치고 있다.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은 13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집값이 오르면 사람들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위기는 탐욕과 망각 때문에 반복된다”며 부동산 시장 거품을 따끔하게 지적했다.

폭등장의 끄트머리에서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환상에 빠져 무리한 투자를 하는 일이 제발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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