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 신화 속 인물은 지나가는 나그네를 침대에 눕히고 키가 크면 다리를 자르고, 키가 작으면 반대로 다리를 늘리는 인물로 등장한다. 흔히 자신의 획일적인 기준을 융통성 없이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례로 인용되곤 한다. 최근 급격하게 시행된 근로시간 단축이 건설현장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이 프로크루스테스가 떠올랐다.

근로시간 단축은 품질과 공기 준수가 생명인 건설업에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일선 현장에 의하면, 당초 근로시간 단축은 일과 삶의 균형, 일자리 창출, 저녁이 있는 삶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보다는 되레 생산 차질, 임금 감소, 일자리 감소 등 역효과를 잉태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공사수행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산업계에 대한 협의나 배려도 없이 무리하게 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은 시작부터 수많은 부작용을 예고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건설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정부나 발주기관에서는 이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최근 정부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추가 공기·공사비 반영의 근거를 담은 지침을 발표한 바 있으나, 일선 현장의 발주기관들은 공기산정에는 문제가 없고 건설업체의 잘못이라는 등의 이유로 운영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근로기준법상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도 단위기간이 2주, 3개월로 지나치게 짧고 사전에 근로일·근무시간도 확정해야 하는 등 요건이 제한적이어서 건설현장에서는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근로시간을 축소하면서 건설업은 5년간 예외를 인정해 연착륙을 유도한 바 있고, EU 등 선진국에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1년 단위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미 시행된 법에 대한 보완방안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건설기업에 대한 신뢰보호와 시장에서의 연착륙 방안강구가 시급하다. 즉, 근로시간 단축법 시행 이전에 계약체결 된 건설공사는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 제외돼야 한다. 이전 법에 따라 공정계획을 최대 68시간까지 감안해 수립했기 때문에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고 사용요건도 완화해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해외공사에 대한 연착륙 방안도 필요하다. 건설기업의 입장에선 수주경쟁력 확보를 위해서이고, 해외근로자들을 위해서는 집중근로와 충분한 연속적 휴가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정한 소득과 안정된 일자리가 보장되지 못하면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현재 근로시간 단축 법이 시행됐으나 산업계의 적응을 위해 정부에서 6개월간 유예기간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지금이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건설 산업에 정상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는 골든타임임이 명백하다. 국회와 정부 및 유관기관이 나서서 현장의 소리를 정확하게 듣고 보완책 마련 등의 제도개선을 위해 힘을 모으는 노력을 수반해야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 의원(국토교통위, 대전 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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