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잘못하면 안한만 못하다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규제를 대폭 개선하겠다”는 지난해의 거듭된 약속을 반영, 올해의 규제개혁 청사진을 지난18일 내놓았다. 국무조정실등 9개 부처가 이날 국무회의에 보고한 ‘2005년도 규제개혁 추진 종합계획’은 정부가 갖고 있는 7천900여건의 규제 가운데 올해 안에 1천여건을 정비하는 내용이다. 이 계획을 마련한 국무조정실 규제개혁기획단은 김대중 정부 초반기인 지난 1998-2000년 행정규제 1만2천여건 가원데 6천여건의 규제를 줄였던 점을 상기시키며 올해 또 한번 대대적인 규제의 손질이 시도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극심한 경기불황으로 “규제를 풀어달라”는 기업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도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이 규제개혁에 호기를 조성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규제개혁기획단은 다만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는데 주력했던 김대중정부 때와는 달리 올해는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나 기업활동에 장애물이 되는 규제를 완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어려운 경제여건이 대폭적인 규제완화를 촉발시킨 측면이 있는 만큼 정비대상에 기업투자환경 개선과 관련된 규제를 집중적으로 올렸다는 것이다. 규제개혁기획단은 1천여개 규제를 상반기에 개선, 하반기에는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라고 각 부처에 요구하고 있다. 규제개혁기획단이 규제정비 방안 확정 후 6개월 이내에 법령정비를 마무리 하도록 요구하거나, 연말에 부처별 ‘규제개혁 평가지수’를 공개하려는 것도 정부부처가 규제개혁을 위해 움직이도록 고삐를 죄는 것으로 보인다.

규제개혁기획단은 지난해말 마련한 ‘지방자치단체 규제개혁 모델’을 전 자치단체로 확산시켜 상위 법령을 위반하거나 일탈한 지방 규제, 절차가 복잡한 규제, 내용이 너무 포괄적인 규제의 정비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일반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접촉하는 행정창구에서의 규제를 개선함으로써 국민의 규제완화 체감도를 끌어올리려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정부의 규제개혁 작업이 용두사미에 그치지 않고 정말 민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숨통을 터주기를 기대한다. 다만 자칫 규제개혁을 빌미로 중소기업의 숨통을 더욱 죄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해 둔다. 건설업 부문에서 거론되고 있는 일반건설업과 전문건설업 간의 겸업제한이나, 일괄하도급 및 재하도급 금지, 하도급저가심사제 등은 특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다.

단순히 규제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봐선 안된다는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전 말했듯이 ‘중소기업 중심으로 사고’하지 않으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중소기업을 대기업의 횡포로부터 보호하는 제도를 규제개혁 차원에서 폐지하려면 원하도급간 공정거래가 가능한 풍토를 먼저 조성해야 한다. 만일 사전조치없이 불쑥 중소기업 보호장치부터 없앤다면 그간 어렵게 만들어 놓은 제도적 장치들을 한순간에 날려버리고 중소기업을 또다시 대기업의 횡포속에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의 건설업 체계가 지나치게 세분화된 업역과 업종구분 및 겸업금지로 인해 건설산업 활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규제개혁위의 시각은 한편 맞지만 그것을 푸는 방식에 따라 건설산업을 오히려 궁지에 빠뜨리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규제개혁위는 전문건설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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