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추석전인 지난달 20일 불법체류 외국인이 건설업 등에서 국민일자리를 잠식하는 것을 막는다며 ‘불법 체류·취업 외국인 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불법체류자 수가 2016년 20만8971명에서 지난 8월말에는 33만5455명까지 급속히 증가하며 40~50대 국민의 단순노무 일자리가 사라져 단속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법무부는 특히 건설업 등의 분야에 대해 우선 집중단속을 실시하고 불법취업자는 적발 즉시 출국조치하며 현장 소장 등 ‘실질적인 책임자’에게 관리책임을 부과해 처벌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현장 팀장(‘노가다 십장’) 위주의 처벌에서 벗어나 불법체류자 고용 현장, 원청업체 등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내용의 고강도 대책을 발표해 관련업계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건설현장에 대한 불법 외국인근로자 단속이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해당 업체에 대한 조치의 강도가 다르다. 불법 취업이 적발되는 외국인 근로자는 강제 추방되면 그뿐이겠지만 그를 고용했던 실질적인 책임자를 처벌하겠다는 것은 자칫 대다수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들을 범법자내지 전과자로 전락시킬 우려가 농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체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같은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먼저 통계지표를 봐도 건설근로자는 부족한 것으로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올초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현장의 인력수급이 내국인 근로자만으로는 8만여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인력공단이 2016년 수행한 연구에서도 국내 현장에 내국인 근로자가 11만명 이상 부족하지만 허용된 외국 인력은 4만명 수준으로 7만여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정부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현장의 일자리를 잠식해 내국인 근로자의 일자리가 없다는 건설노조의 주장에 동의한 것이다.

철근콘크리트공사 등 관련 업계의 이야기를 들으면 현장의 근로자 수급상황은 더 심각하다. 조금이라도 힘이 들거나, 약간의 위험도가 내재돼 있다고 판단되면 내국인들은 임금을 올려줘도 아예 외면을 하고 눈길도 안준다. 이같은 현상은 벌써 십수년전부터 시작됐고 고육책으로 불법체류 외국인까지 고용해 겨우 공기를 맞추지만 단속에 걸리면 과태료와 함께 합법체류 근로자까지 일정기간 고용을 못하는 조치를 당해왔다.

그런데 이에 더해 해당 업체에 관리책임을 부과해 처벌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외적으로 업체명까지 공개함으로써 건설업체들이 마치 작은 이익을 위해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하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비춰질 수 있게 하려는 조치에 업체들은 충격을 받고 있다.

건설업계가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실효성 있는 장·단기 인력수급 대책도 없이 오로지 단속만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일부에서 바라는 인건비 상승 유발 의도를 뒷받침하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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