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과 가계빚 모두를
잡아야 할 필요성은 알지만
어려워진 경기침체 상황에서
실물경제에 줄 영향을 생각하면
정책당국자들은 아찔할 것이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시장 정책들을 보면서 ‘이것이 아닌데’라는 생각을 자주 가지게 된다.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고, 정책수단의 강도와 타이밍이 남아서도 모자라도 안 된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 시장 정책을 보면 물러서지 말아야 할 때 물러서고, 물러서야 할 때 앞으로 나가는 모습들이 종종 보인다. 그 원인은 정책담당부서의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동산 시장에 정부가 개입할 때 직면해야 하는 딜레마 때문이다. 그 딜레마를 잘 극복하면 정책은 성공하는 것이고 그러지 못하면 실패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정책이 가지는 딜레마를 보면 첫째, 가격과 거래의 딜레마이다. 현 정부를 비롯해 과거 역대 정부들의 부동산 시장 정책이 일관되게 표방하는 슬로건이 바로 ‘부동산 시장 안정’이다. 그런데 그 안정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호하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나 가격과 거래는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오르면 거래가 많아지고 가격이 떨어지면 거래가 실종된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정부가 생각하는 시장 안정화는 가격이 점진적으로 하락하면서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는 국면, 나아가 떨어지는 국면이라면 매수자는 사려하지 않는다. 기다리면 더 싸게 살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매도자도 손해를 보고 팔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매물을 내놓지 않을 유인이 생긴다. 그래서 거래가 실종되는 것이다. 상충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둘째, 수도권과 지방의 딜레마이다. 부동산 시장의 물리적 공간을 어디까지 보느냐에 잘못된 인식이 있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부동산 시장’이라는 하나의 통합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서울의 아파트 시장과 지방의 아파트 시장은 같은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정책의 큰 흐름은 하나의 시장이라는 인식을 가진다. 특정 지역에만 차별적인 정책을 취하기가 어렵다. 물론 투기과열지역 지정 등과 같은 지역 단위의 정책도 있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 정책의 큰 흐름은 전국 집값의 안정이다. 이럴 경우 나타나는 문제가 지역별 양극화인 것이다. 최근 지방의 경우 미분양이 증가하고 시장이 침체되는 모습이 뚜렷한데, 서울 강남의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독야청청하고 있다.

셋째,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딜레마이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 주택의 100%를 가구의 100%가 소유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주택자가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2017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자가점유율(자기 집에 거주하는 가구 비율)은 57.7%이다. 또한, 자가보유율(거주의 유무와 상관없이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가구 비율)은 61.1%이다. 대략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비율이 6:4라는 것인데, 어느 한쪽이 우세하지가 않다. 부동산 시장 정책이라는 것이 대부분 어느 한쪽한테만 유리한 경우가 많다. 유주택자와 무주택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자칫 정책의 파급 영향이 어느 한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과도하게 치우칠 경우 거의 절반 정도의 유권자 마음이 돌아서게 되는 것이다.

넷째, 실물 경제와 부동산 시장의 딜레마이다. 최근 수년 동안의 주택 가격은 상식 밖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억 단위로 가격이 올라갔다. 현재 서울의 모 아파트 단지의 ㎡당 가격은 약 7700만원이라고 한다. 가로와 세로 1m 남짓한 공간, 다리도 못 뻗을 공간의 가격이 7700만원이다. 해당 단지 내 41평 규모의 한 채 가격은 무려 1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경제학에서는 ‘상품의 가격이란 실제 이용하면서 얻는 효용의 가치를 반영한다’라는 말이 있다. 과연 100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의 효용 가치가 그 정도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런데 주택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시기는 이전 정부 즉,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딱 좋은 여건들이 만들어졌었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 시대가 장기간 이어졌고 가계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많은 자금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갔고 건축허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정부 정책들의 세세한 내용을 다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부동산 시장의 랠리를 우려해 과열을 억제하려는 조치들도 자주 있었다. 그러나 세계적 불황에 직면해 어려워지기만 하는 경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를 억누를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인 ‘일본식 장기불황’을 누가 감당하려 하겠는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정책 당국자들은 부동산 시장과 가계 부채를 잡아야 할 필요성을 알면서도 실물 경제를 생각하면 아찔한 느낌을 가질 것이라 추측해 본다.

대다수의 국민이 만족하는 부동산 시장 정책, 그것이 무엇인지는 필자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길은 험난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부디 이번에는 성공하기를 빈다.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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