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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 칼럼> 주가조작보다 더 나쁜 ‘호가담합’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 승인 2018.10.22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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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자의 아파트 청약을 막았던 정부가 이를 허용하면서 또 논란이 되고 있다. 징역형까지 매기는 처벌규정이 과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1주택자가 손쉽게 2주택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1주택자의 주택청약을 금지했다. 그러자 청약을 통해 새집 갈아타기를 막는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국토부는 1주택자의 청약은 허용하지만 당첨자는 입주일로부터 6개월 이내 기존주택을 팔도록 하는 묘안을 짜냈다. 1주택자의 갈아타기는 허용하지만 2주택자가 되는 것은 막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이게 논란이 됐다. 청약을 통해 2주택자가 됐다고 징역형까지 처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입주후 6개월’을 ‘청약 당첨 후 6개월’로 보도해 여론을 더 자극시켰다.

‘징역형’은 대중의 감성을 생각해 볼 때 과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게 아니다. 아파트 부정청약자에 대해서는 원래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1주택자가 새집 갈아타기가 아닌 2주택자가 되기 위해 청약하는 것은 부정청약으로 봤다.

이 논란은 부동산 투기에 대한 처벌은 어느 선이 적당할지에 대한 고민을 낳게 한다. 사실 우리사회는 부동산에 대해서 관대한 편이다. 투기꾼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고 과세도 다른 분야와 비교하면 약하다. 부동산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며칠 전 만난 한 교수는 “자본시장에서 주가조작은 그리 추상같이 단죄하면서 왜 부동산시장의 가격조작에 대해서는 관대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부 단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호가담합에 대한 얘기다. 그는 “주택소유자들이 담합해 부동산 중개사에게 압력을 넣어 호가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행위는 금융시장에서 보면 작전세력에 의한 주가조작”이라며 “당연히 큰 금액의 벌금을 매겨야 하고 정도가 심할 경우는 징역형도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호가담합에 대해서는 아예 처벌조항이 없다.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해 공인중개사에게 압박을 가했을 경우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을 추진하는 게 전부다. 

주식시장에서 주가조작은 시장참여자에게만 피해를 준다. 시장에 참여하지 않으면 무관하다. 반면 부동산시장의 가격조작은 시장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피해를 준다. 전월세 임대료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은 임대든 매매든 어떤 식으로든 모든 국민들이 강제 편입되는 시장이다. 내가 싫으면 영원히 안 들어갈 수 있는 주식시장과 다르다. 부동산투기꾼들이 노리는 것도 이 지점이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시장의 가격교란 행위는 금융시장에 비해 죄질이 컸으면 컸지 가볍지는 않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물론 집은 주식과 다른 특수성이 있다. 이사나 교육, 부모봉양, 건강, 취업 등 피치못할 사정이 있을 수 있어 투자와 투기를 딱 자르기 힘든 점이 많다. 때문에 법망을 요리조리 피할 구멍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기가 명백하다면 강력한 처벌을 통해 ‘부동산 투기는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부동산 투기에 대한 약한 처벌은 주택을 통한 재산증식에 너그러워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다주택자가 많아지면 공급부족으로 집값이 상승하는 부정적 외부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부정적 외부효과가 커지면 시장이 왜곡된다. 때문에 경제학에서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교정하기 위한 대책에 대해서는 시비 걸지 않는다. 

높은 과세와 강력한 처벌규정만으로도 안 된다. 집행을 해야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부정청약자에 대해 징역형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거의 없다. 어쩌면 부동산투기꾼들이 정책당국자의 머리 위에서 놀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은 아닌가 모르겠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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