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배우 김부선 씨가 주장한 ‘검은 점’이 없음을 입증했다. 김 씨가 이 지사와는 연인관계였다며 그 증거로 이 지사 몸에 검고 큰 점이 있다고 공개하자 지난 16일 직접 병원에서 신체검증을 받고 그런 점이 없음을 만천하에 확인해주었다. 김 씨의 주장에 이 지사가 이렇게 ‘정면돌파’한 것은 옳다. 진실을 가리기 위해 요상한 말장난 따위 대신 사실을 객관적으로 합리적으로 확인하겠다는 자세는 칭찬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지사가 말 대신 실제를 보여줘야 할 것은 정작 따로 있다. ‘이재명 식 공사비 깎기 셈법’으로 비난받는 ‘10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한 표준시장단가 적용 추진’이다. 이는 수많은 건설업 종사자의 생계와 안녕, 미래가 걸린 문제여서 한 여배우와의 격 낮은 연사를 둘러싼 공방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이 지사가 병원에서 옷을 벗고 몸을 드러내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시급히 경기도민, 나아가 전 국민 앞에서 증명해야 할 일인 것이다.

이 지사는 100억 미만 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해야 하는 이유로 “1000원짜리 물건을 900원에 사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건설업 종사자들과 관련 학자들은 “규모의 경제를 무시한 궤변”이라고 맞선다. 100억원 이상 공사에서 도출한 표준시장단가를 소규모 공사에 적용하라는 것은 동네 골목가게에서 대형마트 할인 가격으로 팔라는 것과 같다는 거다.

이 지사는 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저가공사는 부실공사와 동의어일 때가 많다. 당장 싸게 공사한 후 불과 얼마 뒤에 3~5배의 유지·보수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면 과연 예산을 절감한 것인가? 후세대의 부담만 늘린 게 아닌가?

이 지사는 이런 논리적 반론에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는 대신 “과거 성남시에서는 100억원 미만 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해도 입찰자가 많았다”는 경험에 근거한 주장만 되풀이한다. 이 지사가 자랑하는 이 경험 역시 “일거리 부족에 따른 과잉 경쟁의 영향이다. 생존을 위한 원가 이하 입찰을 표준시장단가의 적용 근거로 삼아서야 되겠는가”라는 반론 앞에서는 설득력이 없다.

‘이재명식 셈법’에 따라 시공한 공사 한 건만 점검하면 이 지사 주장이 얼마나 포퓰리즘적인가는 금방 증명된다. 옛 성남시청 부지에 5년째 건설 중인 성남의료원은 2013년 11월 첫 삽을 떴다. 이 지사는 이듬해 이 부지에서 성남시장 재선 출마선언을 할 정도로 자기 업적을 떠벌렸지만 이 공사는 시작 전부터 박한 공사비 탓에 세 차례나 유찰되는 등 차질을 반복했다. 4번째 입찰에서 입찰문턱을 낮추고서야 비로소 업자를 선정할 수 있었으나 결국 탈이 났다. 착공 이듬해 수주업체가 경영난으로 계약을 해지하면서 공사가 중단됐고 시공권을 넘겨받은 업체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공사가 또 중단됐다. 2017년 개원 예정이던 의료원은 아직도 공사 중이다. 예정보다 2년 늦은 2019년 하반기에나 문을 연다. 이 지사는 이런 실패에 대한 설명은 없이 자신의 주장만 밀어붙이고 있다. 이 지사의 속생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