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셈법만 바꾸면 1000원 주고 사던 물건을 900원에 살 수 있는데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행정안전부 예규를 무시하고, 예정가격 산정 시 ‘품셈’ 방식 대신 계약단가에 기반한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얼핏 표면만 보면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경기도의 얘기가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공사원가 산정시 사용되고 있는 표준품셈은 공종별로 소요되는 자재, 장비, 인력 등의 원가분석을 통해 공사비 산출에 폭넓게 쓰기 위해 만든 방식이고, 표준시장단가는 100억원 이상 대형공사의 공종별 최종단가를 실제 조사한 가격이다. 이에 따라 당연히 ‘규모의 경제성’이 생기는 대형공사에서 실제 집행된 단가를 낙찰률(80%~88%)까지 적용해 소규모현장에서 시공하라고 하는 것은 출발 자체가 잘못이다. 동네 구멍가게에 가서 물건 값이 비싸니 대형마트 가격만 받으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공사비 후려치기’를 통해 세수 확보해 봐야 결국 지역 건설업체가 무너지면 지역경제도 흔들리게 돼 있다.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표준시장단가로 74억원을 절감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시 시공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건설사가 본사의 일반관리비와 이윤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소건설사 입장에선 인력과 장비를 가동하지 못하면 그대로 손실로 직결되고 폐업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는 공사에도 입찰자들이 몰려들어 수주경쟁마저 심각하다. 지난 5월과 10월에는 한계상황에 봉착한 건설사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까지 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공사비 삭감이 지역경제 악화와 고용절벽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건설업체의 99%는 중소건설업체이고, 이 중소건설업체들은 주로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한다. 즉 경기도에서 절감한 공사비가 결국 경기도 건설업체들의 경영상태를 악화시키고 고용상태를 악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예산절감으로 도청이 당장의 이익을 얻는다면 싸구려 시설물에 대한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지난 2013년,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발주되었던 유찰된 성남의료원 공사를 예로 들 수 있다. 공사비가 너무 적어 3차례나 유찰됐고, 저가로 인한 관련업체 부도, 공사지연 등으로 이제야 겨우 70%의 공정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민을 위한 의료 서비스가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공사비 산정기준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어느 순간 뚝딱하고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정부와 관계 전문가들이 모여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적공사비 제도를 폐지하고 표준시장단가 제도를 도입할 당시, 100억 미만 공사에 대해서는 영구적으로 적용을 배제하도록 한 것은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산업 전반의 건전한 육성을 촉진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이기도 하다.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서류상으로 나타나는 숫자 이외의 것들이 필요하다. 기존 제도와 그 도입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결정하려는 정책이 사회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입체적으로 분석해 보는 것은 정책 결정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 정책이 지역경제의 근간이 되는 중소업체 종사자 수만명의 생계가 걸린 일이라면 더욱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지혜와 아량이 필요하다. /자유한국당 의원 (행정안전위, 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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