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도로 건너 있는 회사 옆 상가 건물 1층에는 5개의 가게가 있었다. 편의점, 치맥가게, 우동가게, 옷가게, 유명 프랜차이즈 빵집. 그런데 최근 1년도 안 돼 3곳이 문을 닫았다. 9개월 전쯤 우동가게가 폐점했고, 2개월 전 프랜차이즈 빵집이 문을 닫았다. 급속한 체감 경기 악화에 예감이 불길했는데 결국 지난 주 치맥가게도 문을 닫았다. 자영업자 몰락을 조명하던 TV프로그램에서 인상적으로 보았던 중고 제품 수거상 인부들의 모습을 출근길에서 봤을 때 마음이 짠했다. ‘자식과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텐데, 결국은 저렇게 장사를 접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순수 폐점률 60%인 이 건물은 지하철 서울역 3번 출구에서 걸어서 40m 정도인 초역세권이다. 이 건물보다 서울역에 더 가까운 상가 건물 1층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작은 규모 분식집이 3주 전 문을 닫았고, 치맥가게 한 곳은 저녁이어도 빈 좌석이 눈에 띄게 많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게는 점심때 6000원짜리 특선 메뉴를 제공하며 매출액 올리기에 안간힘이다. 주변을 둘러봐도 마찬가지다. 편의점만 제외하면 모든 가게들이 불황에 고통 받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일본의 현상과 정확하게 닮아 있다.

법인 소속으로 식당 등지에 쌀과 음식 재료를 납품하던 지인은 2년 전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장사가 잘 될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러나 이 지인은 지난해 11월 개인사업을 정리하고 다른 일을 시작했다. “해도 해도 장사가 이렇게까지 안 될 줄은 몰랐다”는 말을 남긴 채. 개인적으로 지난해 말을 대한민국이 장기 침체에 진입한 시기로 정의하는데 주된 이유가 이 사례 때문이다. 현상학적으로, 통계적으로 그로기 상태의 한국 경제는 쉽게 포착된다. 국가 대표기업들의 연이은 실적 악화, 고꾸라진 투자, 무너지는 자영업과 제조업, 넘쳐나는 실업자, 소득 대비 과도한 집값, 빠른 속도로 마각을 드러낸 저출산의 공포. 누가 보더라도 ‘충격과 공포’인 암담한 미래의 전조 현상들이다.

부동산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극심한 경기 침체 여파는 서울 대형 오피스와 상가 시장의 공실률에서 확인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2분기까지 서울의 핵심 업무 지구인 종로구와 강남대로 오피스 공실률은 각각 21.4%, 19.9%였다. 서울 핵심 상권인 이태원동의 올해 2분기 공실률은 21.6%로 2013년 3.3%와 비교하면 6배 이상 치솟았다.

여기저기서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지난 정부의 인위적 부동산 경기 부양에 가려져 있었지만 대한민국 경제는 급속도로 침몰하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는 단 하나의 성역이 있다. 바로 주택 시장이다. ‘9·13 대책’으로 정부가 광풍을 일시적으로 묶어 놓긴 했지만 규제 지역을 벗어난 곳에서는 주택 투자로 한몫을 챙기려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과연 언제까지 실물경제와 주택 시장의 그로테스크한 괴리가 지속될 수 있을까. 지켜보는 내내 두렵고 무섭기만 하다. 멀지 않은 어느 순간 터진 댐에서 뿜어대는 물처럼 위기가 대한민국 전역을 뒤덮을 때, 대한민국은 감당 가능한가. 지금이 정부와 기업, 개인들이 자신들의 경제 체력을 점검하고 체질을 강화할 마지막 기회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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