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 국내의 건설자동화 기술

자동화기술, 왜 필요한가?
건설 근로자의 감소·고령화와 까다로워지는 발주자들의 요구 등으로 건설 산업은 큰 위기에 놓여있다. 이에 현재 정부와 건설사들은 “어떻게 생산성을 높이는가”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중이다.

◇지능형건설자동화연구센터가 제시한 지능형건설자동화 시스템 개념도. 센터는 인공지능, 로봇을 융합한 ‘지능형 건설자동화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다.

국토교통부는 앞으로 5년간(2018~ 2022)의 건설기술정책 로드맵인 ‘제6차 건설기술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기술 개발을 통해 건설현장 노동생산성을 40%까지 향상시킨다는 내용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자동화기술이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건설로봇에 의해 조립·시공하는 건설자동화 기술을 2025년까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이 접목된 건설기계들이 인력을 대체한다. 빅데이터(Big Data)를 통해 숙련기능공들의 시공기술을 기계가 구현한다. 이를 통해 작업자의 실수나 산업재해 등 인력으로 인해 생기는 마이너스 요인을 최소화한다.

건설기계의 인력대체율은 공종과 작업환경에 따라 일부, 또는 대부분이 될 수도 있다. 모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언젠가는 건설기계들만이 현장에서 24시간 가동되고, 최소한의 인력이 관리역할만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현장 사용 건설자동화기술 성과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4월 산학연 공동으로 건설자동화기술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는 전문건설업체인 ㈜영신디엔씨와 부산대학교연구원을 주축으로 진행됐으며, 이들은 각각 과천지식정보타운, 양산사송 공공주택지구 조성공사 현장에 각각 자동화 기술을 시범 적용했다.

영신디엔씨 측은 과천지식정보타운 현장에서 GPS 기술을 기반으로 한 머신 가이던스 기술을 선보였다. 기존의 시공방법과 자동화시스템을 접목한 시공방법을 적용해 △시공절차 △시공속도 △시공품질 △투입인원 등을 비교 검측했다.

검측 결과, 기존 시공방법 대비 공사기간을 약 30% 절감했으며, 시공원가 또한 30% 이상을 절감했다고 영신디엔씨 측은 밝혔다. 또 자동화 시공시 단 1건의 측량도 필요 없었다. 수십 차례 이상을 측량해야 했던 기존 시공방법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과천 지식정보타운 자동화 기술 실증 현장. GPS 기반의 계측·작업을 하는 굴삭기 등을 활용해 영신디엔씨는 공기·원가를 30% 줄이는 성과를 냈다.

영신디엔씨 측은 이번 검측을 통해 레버조작시간 및 유류소모량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었으며, 수집한 데이터들이 관제플랫폼을 거쳐 공사의 디지털 공정관리의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대연구원은 양산사송 공공주택지구 조성 현장에서 토공BIM 기반의 머신 가이던스 시스템을 선보였다. 비콘(무선통신장치)·IMU(관성항법장치)센서·사용자화면 등 전 과정을 국내 IT 기술로 자체적으로 개발한 국산기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체 개발한 비콘을 토공현장에 설치해 건설장비의 위치를 추적하고, IMU 센서를 사용해 굴삭기 버켓 끝 점을 계산했다. 사용자에게는 토공BIM 기반의 화면을 제공했다.

연구원은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단순히 굴삭작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토공계획부터 생산량 측정까지 일련의 프로세스를 체계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측량기사의 지원 없이도 정밀한 사면절토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작업 후 드론 측량을 통해 3D 지형모델을 작성하고, 일일 토공수량을 산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개발한 기술을 향후 LH에서 수행하는 대규모 토공현장에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현장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머신 가이던스의 성능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경북대 연구센터, 미래기술 본격 연구
또 지난 9월 경북대학교에서 지능형건설자동화연구센터가 문을 열었다. 자동화연구센터는 지난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2018년도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에 선정돼, 7년간 약 254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센터는 인공지능, 로봇, ICT·IoT 기술 등을 융합한 ‘지능형 건설자동화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다. 이를 통한 생산·품질·안전·환경 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건설관리 프로세스의 지능화·무인화·자동화(i-Manager) △건설장비, 기능공, 보조공의 생력화 및 동기화(i-Crew) △생산성 지체(민원, 분쟁, 사고 등)를 방지하는 생산성보증(i-Assurer) 기술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센터에서 개발하는 핵심 기술들은 건설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킬 것으로 보인다.

건설 고질병도 자동화 기술이 해결
업계에서는 자동화 기술이 불공정 관행과 산업재해 등 기존 건설 산업 깊숙이에 자리해 온 고질병도 해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려대학교 강경인 교수는 타워크레인이 없는 건축현장을 구상하고 있다. 자재 등은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나르고, 철근 등 무게가 많이 나가는 자재는 자재용 호이스트를 통해 고속으로 운반한다. 현장 지붕에 설치된 전동 크레인은 자재를 작업장소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

강 교수는 “앞으로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월례비 관행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더 이상 유인 타워크레인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재해도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타워크레인 사고는 물론이고, 굴삭기 등 중장비로 인한 사고도 사라질 전망이다.

중장비가 무인화를 향해 달려갈수록 안전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건설근로자가 굴삭기 근처로 다가서면 장비에 부착된 센서가 움직임을 감지해 장비가 스스로 작동을 중지하는 식이다.

아파트 등 건축현장에서는 ‘비오는 날이 쉬는 날’이라는 계절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건축현장을 하나의 공장으로 조성해 작업을 진행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가까운 미래, 더 이상 소나기 등으로 현장이 멈추는 경우는 적어질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