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32주년 특집 - 서둘러야 할 기술인 양성

갈수록 심각해지는 취업난 속에도 젊은이들이 건설현장을 기피하면서 현장의 건설기능 인력이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미래 건설인을 양성하는 건설관련 특성화 고등학교나 공업계열 고등학교에서도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기계, 전기 분야 등 취업률이 높은 학과로 몰리는 현상이 수년 전부터 발생하고 있고, 취업률이 낮은 건설 분야는 상대적으로 평균 성적이 낮을뿐더러 의욕이 떨어지는 학생이 모인다. 이 중 자신의 목표를 확실히 세우고 각종 교육을 통해 기능인·기술인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매우 드물다는 평가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학교의 건설관련 분야 교사들은 학생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한 실정이다. 학생들 또한 학습과 실습을 통해서 자신의 기술을 연마하기보다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직업의 방향을 다른 방향으로 바꾸는 경우도 많다.

◇김해건설공고 건설정보과 학생들이 드론을 활용한 측량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김해건설공고)

◇건설현장 여건 반영한 정책 필요=직업계 고등학교 교육현장에서는 건설 분야 학생들이 타 업종보다 ‘취업 후 정착’이 더 힘들다고 평가하고 있다.

제조업과 같이 사업장이 한 곳에 머물러 있을 경우, 해당 회사에서 현장실습을 하고 업체에 바로 취업해 경력을 쌓아갈 수 있다. 건설은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현장실습을 마치고 건설업체와 근로계약서를 쓰면 현장에 투입돼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근무했던 현장이 마무리되면 근로계약도 끝나면서 새로 일할 곳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간혹 기술이 좋은 학생들을 다시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은 장기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수준의 취급을 하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A고등학교 측량학과 학생들은 한 건설업체에 취업해 측량 보조업무를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1년 가까이 근무했지만 1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계약은 종료됐고 새로운 현장을 찾아야 했다. 알고 보니 이후 업체는 또다시 A고등학교 졸업자와 근로계약을 맺고 현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A학교 관계자는 “기술인력을 양성한다는 생각보다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뽑아 쓰는 느낌”이라면서 “토목현장의 경우 길게는 2~3년 가까이 일할 수 있으나 현장이 마무리되면 끝이어서 장기적으로 고용해 인력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장실습, 올 들어 더 힘들다=정부는 올해 초 ‘학습중심 현장실습의 안정적 정착방안’을 발표하면서 직업계고 현장실습 관련 정책을 기존의 ‘현장 실습 위주’에서 ‘학습 중심’으로 바꿨다. 정부가 직업계 고교생들의 조기취업 통로를 좁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착방안에 따르면 현장실습 최대 기간이 이전 6개월이던 것을 3개월로 줄였다. 건설 분야의 경우 현장실습이 학생들의 실제 역량을 몇 단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평가됐지만, 실습기간을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또한 기업이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운영하려면 ‘선도기업’으로 신청해 시·도교육청의 승인을 받도록 했으며, 기업마다 현장실습 전담 지도자 직원을 두고 학생들에게 임금이 아닌 현장실습지원비를 지원하도록 했다. 당장 일감이 없어 허덕이고 있는 건설업체 입장에서 선도기업으로 신청을 해 예비졸업생들을 뽑을지 의문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교육청별 선도기업 참여현황’을 분석한 결과, 실제로 올해 현장실습에 참여한 학생은 1004명으로 현장학습 대상 학생 10만1190명의 1%밖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달 16일 밝힌 바 있다.

현황에 따르면 현장실습생 숫자는 2016년 6만4433명(참여율 59.1%)에 달했으나 2017년 4만7461명(45.7%)으로 줄었고, 올해는 9월 기준으로 1004명(1%) 밖에 현장실습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특성화고 참여기업 수는 2016년 3만1991곳에 달했으나 2017년도는 2만3393곳이었고, 올해에는 517곳에 그치는 등 현장실습참여 기업도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특성화고 참여기업 수는 2016년 3만1991곳에 달했으나 2017년도는 2만3393곳이었고, 올해에는 517곳에 그치는 등 현장실습참여 기업도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지역의 한 직업계고는 올해 건설 분야에서 현장실습을 1명도 내보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고등학교 건설분야 담당 교사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현장실습을 시켜 건설기능인을 키우도록 독려해야 할 시점인데, 오히려 진입을 막고 현장실습 시간을 줄여버렸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젊은 기능인 양성과 취업이 절실하다. LH는 이를 위해 ‘LH소명터’를 설립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사진은 소명터 미장교육 장면. (사진제공=LH)

◇건설관련 협회·단체, 공공기관에서 힘써야=최근에는 대다수 건설업체들이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고 있고, 경력이 전무하면서 군대 문제 또한 해결되지 않은 사회초년생들은 고용시장에서 인기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현장에서는 직업계고 학생들이 진정한 건설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건설관련 협·단체와 공공기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해건설공고 건설정보과 조장현 교사는 공공분야에서 힘을 합쳐 건설업체와 직업계 학생간 취업 매칭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예를 들어 해당 지역에 당해년도 공공공사가 얼마나 발주되고 그 업체에 참여하는 지역 업체들은 어디이며, 그 업체가 요구하는 인력의 투입시기와 소요인원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학교에서는 실제로 업체가 필요한 역량을 집중적으로 교육해 현장으로 보낼 수 있어 현장에서도 바로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아이디어는 지난 4월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가 발표한 ‘건설현장 기능인에게 직업인으로서의 비전을 만들어주자!’ 보고서에서도 나왔다. 보고서는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건설기능인력 수급관리 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했으며, 이를 전담하기 위한 기구를 신설하거나 새롭게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요성 인식한 정부, 기능인 육성 첫걸음=정부를 포함한 교육계, 산업계 등은 이같은 방향에 대해서 의견을 같이하고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특성화고 연계 현장 맞춤형 도제식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특성화고 3곳과 전문건설업체 15곳이 함께 참여하고 있으며, 공제회는 이 사업을 매년 확대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젊은 건설기능인 양성과 취업을 연계한 ‘LH 소명터’를 설립해 지난 10월초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소명터는 ‘작은 명장들의 키움터’라는 뜻으로 특성화고 졸업(예정)자, 청년층 구직자 등을 실무 중심의 기능인력으로 단기간에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LH는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우수 교육생을 LH 관할 건설현장의 전문건설업체에 추천해 취업과 연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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